'2억 뇌물 징역 8년' '120억원 시세차익'은 무죄…"주식을 받았어야지"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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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4년이 선고된 진경준 전 검사장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4년이 선고된 진경준 전 검사장

“검사나 변호사였다면 무죄였을 것” “주식을 받았어야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ㆍ구속기소)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직 검찰 수사관에게 징역 8년의 중형이 선고되자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불과 3일전 진경준(49) 전 검사장이 ‘넥슨 공짜 주식’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비교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는 16일 정 전 대표로부터 사건 편의 제공 청탁과 함께 2억6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 뇌물) 등으로 기소된 전직 수사관 김모(45)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2억6000만원, 추징금 2억61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자신이 직접 담당하는 사건의 고소인(정운호)에게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점’, ‘검찰 명예가 크게 훼손됐으며 사회적 신뢰도 훼손된 점’을 들었다. 뇌물죄의 성립 요건인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진동)는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지난 13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진 전 검사장의 핵심 혐의인 ‘공짜 주식’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진 전 검사장이 2005년 친구인 김정주(48) NXC 대표로부터 4억25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넥슨 주식을 산 뒤 넥슨이 상장되자 120억원대의 차익을 남긴 데 대해 재판부는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공판 과정에서 김 대표가 ”미래를 보고 보험성 뇌물을 줬다“고 밝혔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주식을 받은 2005년 사건 수사를 지휘ㆍ감독할 권한이 없는 법무부 검찰국에서 일했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법원이 검사의 직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법무ㆍ검찰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검찰국이 검사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직무 관련성을 넓게 해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보험성 뇌물 제공’이라는 김 대표의 법정 진술도 있었지만 재판부가 검사 직무를 좁게 해석하는 바람에 120억원의 주식 차익이 ‘선물’로 둔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두 사람간에 오간 금품의 성격과 직무 관련성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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