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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갑부·백인…트럼프 ‘닮은꼴’ 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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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초대 내각 구성이 사실상 완료됐다. 1차적인 특징은 군 장성(Generals) 출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출신, 초갑부(Gazillionaire)다. 이른바 ‘3G’ 내각이다. 이들이 트럼프가 외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추진한다.

외교안보 라인의 요직은 장군 출신들로 채워졌다. 국방장관 후보자인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과 국토안보장관 후보자인 존 켈리 전 남부군 사령관이다. 내각 구성원은 아니지만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성 장군 출신이다.

경제 분야는 골드만삭스로 대표되는 월가 출신들이 장악했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내정된 게리 콘은 골드만삭스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다. 그는 골드만삭스의 차기 회장 1순위로 꼽혀 왔다. 경제 조타수인 재무장관에 지명된 스티븐 므누신도 골드만삭스 파트너 출신이다. 골드만삭스 동문 모임에 상무장관으로 가세하는 윌버 로스는 ‘파산의 왕’으로 불리는 사모펀드 투자자다. 월가에서 자란 이들은 도드-프랭크법 등 금융 규제 타파와 보호무역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내각엔 억만장자가 즐비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의 경우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고,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후보자는 재산이 51억 달러(약 5조9000억원)에 달한다. 내각의 재산 합계는 140억 달러(약 16조4000억원)다. 트럼프가 선거 내내 외쳤던 ‘보통 미국인의 대변’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트럼프 내각의 또 다른 특징은 트럼프 닮은꼴이라는 점이다. 백인 부자에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가 대부분이다. 백인 남성 편중은 심각하다. 장관 후보자 13명 중 11명이 백인이다. 흑인과 아시아계가 각각 1명, 히스패닉은 없다. 특히 국무·국방·법무·재무 등 핵심 장관 4인방이 모두 백인 남성으로 채워진 것은 1989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미국 내 소수인종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더 큰 파격은 아웃사이더 요소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 므누신 재무장관 후보자 등 상당수가 공직 경험이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트럼프 대선 공약의 핵심이었던 ‘워싱턴 정치 혁신’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공직 경험 없는 새 얼굴 대거 입각
골드만삭스 출신 등 총재산 16조원
‘빅4 장관’도 모두 백인 남성 차지

그러나 해당 부처의 설립 취지와 핵심 정책에 반대했던 인사들을 그 부처 장관으로 기용하는 ‘청개구리 인사’를 했다. 에너지장관으로 발탁된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없어져야 할 정부부처 중 하나로 에너지부를 뽑았던 인물이다. 노동장관으로 선택된 앤드루 퍼즈더 ‘CKE레스토랑’ 최고경영자(CEO)는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저임금 근로자 일자리를 기계화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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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뽑힌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은 대표적 기후변화 회의론자다. 그는 화력발전소 배출가스 감축 규제를 철폐하라며 EPA를 수차례 제소했다. 트럼프 정부의 ‘반(反)친환경’ 색채는 확실해졌다. 트럼프가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만난 것은 일종의 쇼였던 셈이다.

한때 트럼프가 국무장관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기용을 검토하면서 커졌던 초당파적 통합 내각에 대한 기대감도 물거품이 됐다. ‘경쟁자들의 팀(Team of Rivals)’은 없던 얘기가 됐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홍주희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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