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우리 가족들은 그 당에서 당장 나오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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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기자회견을 가진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기자회견을 가진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현동 기자

“주위에서 정신나갔다고들 한다. 우리 가족들은 그 당에서 당장 나오라고 한다"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마지막 티타임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전날 친박계 지도부가 갑작스럽게 당 윤리위원회에 기존 7명의 위원보다 많은 8명을 충원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이었다. 당 내에서는 이를 두고 20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징계 결정을 무력화하고, 김무성ㆍ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인사의 출당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윤리위는 절대적으로 중립적 위치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기구인데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친박 위원들로 채운다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밖에서 어떻게 새누리당을 보고 있는지 일말의 의식도 없는 것인가. 제발 한 마디 한 마디 자중자애했음 좋겠다”고 성토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진 의총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책임론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야당과의 협상의 원천 봉쇄됐고, 당 내에서도 탄핵 표결을 피할 수 없다는 의원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 물리적으로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의 당론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의원들의 개인 소신과 양심에 따라 자유투표를 할 수밖에 없겠다고 여러차례 말씀드렸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날 표결 때도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소추안을 설명할 때 어느 한 분도 손을 들거나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지 않았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임했다. 의원 개개인이 다 표결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아버지(정석모 전 의원)가 딱 한 말씀 하셨다. ‘정치인은 말이 생명이다. 네 입 안에서 오물거리는 얘기의 65% 이상은 하지 말아라’"고 했다. 요즘 정치인들의 언사를 보며 조금 더 신중해야겠다.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개월 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원내대표로서 마지막 의총 발언이었다.

박유미ㆍ채윤경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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