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정신나갔다고들 한다. 우리 가족들은 그 당에서 당장 나오라고 한다"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마지막 티타임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전날 친박계 지도부가 갑작스럽게 당 윤리위원회에 기존 7명의 위원보다 많은 8명을 충원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이었다. 당 내에서는 이를 두고 20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징계 결정을 무력화하고, 김무성ㆍ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인사의 출당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윤리위는 절대적으로 중립적 위치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기구인데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친박 위원들로 채운다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밖에서 어떻게 새누리당을 보고 있는지 일말의 의식도 없는 것인가. 제발 한 마디 한 마디 자중자애했음 좋겠다”고 성토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진 의총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책임론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야당과의 협상의 원천 봉쇄됐고, 당 내에서도 탄핵 표결을 피할 수 없다는 의원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 물리적으로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의 당론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의원들의 개인 소신과 양심에 따라 자유투표를 할 수밖에 없겠다고 여러차례 말씀드렸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날 표결 때도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소추안을 설명할 때 어느 한 분도 손을 들거나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지 않았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임했다. 의원 개개인이 다 표결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아버지(정석모 전 의원)가 딱 한 말씀 하셨다. ‘정치인은 말이 생명이다. 네 입 안에서 오물거리는 얘기의 65% 이상은 하지 말아라’"고 했다. 요즘 정치인들의 언사를 보며 조금 더 신중해야겠다.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개월 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원내대표로서 마지막 의총 발언이었다.
박유미ㆍ채윤경 기자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