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여러분 힘내이소”…불 난 서문시장에 온정의 손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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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9시 대구 서문시장.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은 화재 현장에서 조기혜(58·여) 서문시장 자원봉사단장이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담아 서문시장 4지구 상가 화재피해 상인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소방대원에게는 커피를 건넸다. 그는 “내 삶의 터전(서문시장)에 불이 나서 매일 같이 나오고 있다. 화재로 피해 입은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4지구 상가 옆에 있는 동산상가에서 35년째 혼수용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8일 서문시장 화재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컵라면과 커피를 상인들에게 건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8일 서문시장 화재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컵라면과 커피를 상인들에게 건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조씨는 지난달 30일 서문시장에 불이 나고 1시간여가 지난 오전 3시3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첫 사흘 동안은 꼬박 밤을 새우는 등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원봉사 중이다. 조씨 옆에는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생수와 라면 등을 상인과 경찰관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대구 서구 자원봉사센터 소속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을 포함해 이날까지 서문시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1352명에 이른다. 서문시장 화재현장에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후원품도 전해진다. 대한적십자사·현대백화점·신한은행·국민은행·대구시약사회·중구자원봉사센터 등은 생수와 컵라면·커피·주먹밥 등을 후원 중이다. 익명의 개인이 빵 등을 상인들에게 전하는 사례도 있다. SK텔레콤은 시장에 무료 휴대전화 점검소를 마련했다. 고장 난 휴대전화를 무료로 수리하는 재능기부다. 이국진 대구 중구청 생활지원과장은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단체와 개인이 너무 많아서 시간대별로 나눠서 배치하고 있다”며 “4지구 피해상인들, 현장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관과 소방대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자원봉사자 1300명 넘어
생수·라면·주먹밥 등 후원품 잇따라
복구현장 경찰·소방대원에 큰 도움

서문시장에 따듯한 온기를 불어넣는 것은 자원봉사와 후원품이 끝이 아니다. 성금도 있다. 6일 현재까지 7억6500만원의 성금이 접수됐다. 대구은행이 3억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대구시에 전했고, 경북도와 ㈜이랜드리테일도 각각 2억원과 1억원을 전했다. 한국감정원은 1억원을 기탁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주요 인사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000만원을 전했다. 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 주교(5000만원)와 김상훈 국회의원(100만원) 등이 성금을 기탁했다. 시민들도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내고 있다. 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서다. 6일까지 49명이 326만원을 상인들에게 전했다.

서문시장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상인들의 재기를 위해서는 대구 시민을 포함한 전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성금은 통화당 2000원인 ARS(060-701-1004)로 낼 수 있다. 문자(#0095)와 시중은행 계좌(전국재해구호협회 홈페이지(relief.or.kr)에서 계좌 확인)를 통해서도 서문시장 상인들을 도울 수 있다.

최우석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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