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병재의 시국버스킹 화제 "5%면 고집피우지 말고 내려와야지"

중앙일보

입력

7일 밤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에 출연한 방송인 유병재의 '시국풍자 버스킹'이 화제다.

이날 방송에는 유병재를 비롯, 작가 조승연과 전직 형사 김복준이 출연했다.

첫번째 주자로 나선 유병재는 왕십리역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의 버스킹을 선사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의 버스킹 소재는 시국 비판이었다.

그는 "얼마 전에 친구랑 노래방에 가서 이승환의 '붉은 낙타'를 불렀다. 그랬더니 친구가 '너 좌파여서 이승환 노래 부르는 거냐'고 하더라"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유병재는 또 "최근 조카가 산수 문제를 틀렸다. 50만+20만+30만이 100만이라는거다. 아니다. 26만이다. 왜냐고? 경찰이 셌으니까"라고 말했다.

최근 광화문 촛불집회의 참가인원을 축소해서 추산하는 경찰의 집계방식을 비꼰 것이다.

유병재는 조카에게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화에서) 코난이라는 주인공이 약인지 주사인지를 맞고 어려지지 않았나. 피부관리라도 받나? 공짜 회원권이라도 있나? 그래서 조카에게 이거 보지 말라고 했다"라고 말하며, '비선실세'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다.

진보와 보수의 사전적 의미를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대목에서도 시국을 풍자하는 센스가 빛났다.

그는 "보수주의는 집회가 끝나면 보수를 받는 형태"라고 정의했다. 보수를 받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반대 집회를 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극우보수단체를 비꼰 것이다.

유병재는 시민들 사이에 섞여 앉아있던 매니저에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내 옷도 다 정해주는 사람' '내 대본을 작성해주고 수정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비선실세 최순실과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자신과 매니저의 관계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최근 매니저와 등산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등산할 때 유의할 것이 있는데 여러분께 미리 말씀드리겠다. 아이젠 착용해야 하고, 얇은 옷 겹쳐 입어야 한다. 또 고산병 위험이 있으니 비아그라도 먹어야 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비아그라 구입 의혹을 패러디한 것이다.

유병재는 "등산 도중 매니저를 잃어버렸다. 매니저에게 전화를 하자, 그가 '가방 속에 촛불이 있을테니 그걸 켜라. 그 불빛으로 내가 널 찾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말했다"고 했다.

촛불집회를 폄하했다가 오히려 더 큰 촛불집회를 부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을 비꼰 것이다.

그는 이어 "매니저가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온다길래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 남았냐고 물었더니 5% 남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5%면 내려와! 고집 피우지 말고 5%면 내려와야지!'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는 사상 최저인 5%로 추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거의 바닥난 휴대폰 배터리 잔량에 빗대 풍자한 것이다.

끝으로 유병재는 "사실 코미디언으로 보면 요즘은 코미디로 쓸 소재가 많아서 뷔페에 온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걸 안 하는 세상이 오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라고 말해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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