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월10만불씩 들여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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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범양상선 외화도피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28일 회사간부들을 철야수사한 결과 80년대 들어 구속된 한상연 사장이 로비를 도맡았으며 86년7월이후 지금까지 미국 뉴욕지사에서 매월10만달러, 1년에 1백70만달러(연말60만달러) 씩을 정기적으로 국내 비자금 예금구좌로 송금해 왔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매월 박회장이 7천만∼8천만원, 한사장이 3천만원 등을 사용했으며 이밖에 부사장등 간부들이 사용한 것을 합치면 비자금으로 월2억원썩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국세청조사에서 밝혀진 변태지출 50억6천5백만원과 미국에서 송금된 5백77만달러(한화 약50억원)를 포함, 모두 1백억원이 넘는 비자금의 대부분이 해운업계 통페합·금융지원등 회사운영에 필요한 교체 및 로비활동에 쓰였다는 혐의를 잡고 관련 부처 공무원·은행간부·범양임직원을 대상으로 비자금의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캐고있다.
◇비자금 사용처=오배근·조영시 공동사장(당시부사장)과 허성길 전경리담당전무등 회사간부 3명은 27일 철야조사에서 박회장과 한사장의 비자금 규모나 용도등은 아는 바 없으나 지난해 7월이후 매월10만달러씩 모두 1백70만달러를 뉴욕지사에서 국내 비자금 구좌로 송금해 와 비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이 비자금을 회사의 본부장(부사장급) 4명이 한사장의 결재를 받아 사용해 왔으며 영업담당 본부장이 월 5천만원, 자금회사관리·기획관리 본부장 등 3명은 1천여만원썩 기밀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회사고위간부 10여명을 모두 소환조사키로 하고 1차로 28일에는 이 사건 후 사표가 수리된 방석훈 부사장과 이문치 상무 등 2명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회장과 한사장이 개인적으로 쓴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 1백억원에 대한 사용처를 집중추궁했으나 회사간부들은 『박회장과 한사장만이 알고 있다』고 진술한 반면 한사장은 『박회장 혼자 알고 처리한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어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사장 로비전담=검찰조사에서 회사간부들은 박회장이 범양전용선 설립당시인 60년대 후반부터 정계·관계·금융계는 물론 주한외교관들까지를 상대로 한 폭넓은 로비활동을 전담해 왔으나 80년대 이후 한사장의 세력이 급성장, 해운업계통페합·합리화금융지원구제 등의 과정에서는 박회장이 후퇴하고 한사장이 로비활동을 도맡아왔으며 한사장이 외부의 인사들을 만날때에는 측근 임원들은 물론 비서들에게까지 소재나 만나는 상대방을 밝히지 않고 혼자 나가 철저하게 보안유지를 해왔다고 진술했다.
◇비자금수사 전담반=검찰은 또 미국에서 송금된 비자금의 62개 비밀구좌를 추적수사하기 위해 수사관 3명으로 전담반을 구성하는 한편 인터폴과 재외공관·국세청 세무관 등에 외화도피입증을 위한 증거수집에 협조해주도록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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