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으로 무너진 이탈리아 총리, 극우 막은 오스트리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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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린치(Matteo Renzi) 이탈리아 총리. [중앙포토]

마테오 렌치(Matteo Renzi) 이탈리아 총리. [중앙포토]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각기 다른 선택은 승자와 패자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랐다. 오스트리아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72) 대통령 당선인이 유럽을 안도케 한 반면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41) 총리는 포퓰리즘의 바람을 꺾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렌치는 2014년 2월 39세 나이로 이탈리아 최연소 총리가 됐다. 중도좌파 민주당의 당내 투쟁을 거쳐 권력을 거머쥔 그는 스스로를 “무한한 야망을 가진 사람”이라 표현했다. 당의 ‘우향우’를 주장하며 집권 초부터 개혁을 추진했다.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노동개혁을 진행했고, 교육·사법 개혁에도 나섰다. 개헌 역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60번 이상 정부가 바뀐 이탈리아의 정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텔레그래프가 지적했듯 “부결되면 사임하겠다고 약속하는 최대 실수”를 저질렀다. 개헌 국민투표가 인기투표가 돼버린 셈이다. 경제는 어렵고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환경은 렌치의 편이 아니었다. 결국 렌치는 닮은 꼴로 비교되던 데이비드 캐머론 전 영국 총리와 같은 운명을 맞았다. 두 사람 모두 각 국의 최연소 총리로 취임해 국민투표에 정치 명운을 걸었다가 포퓰리즘의 제물이 된 것이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인 판 데어 벨렌은 인스부르크·빈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1990년대 녹색당에 참여했고 대표까지 지냈다. 유럽연합(EU) 체제를 신봉하는 그는 장벽 없는 ‘통합 유럽'을 열망한다. 지난 5월 선거에서 그는 예상을 깨고 극우 후보인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를 0.6%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따돌렸다. 당시 그는 “유럽의 첫 극우 대통령을 막았다”고 평가 받았다. 그러나 개표 논란 탓에 재선거가 치러졌고, 그 사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와 미국 대선이 치러졌다. 4일 투표하기 전 그는 “오늘 여기서 벌어질 일은 전 유럽과 관련이 있다”며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여론조사 전망을 깨고 또 다시 승리하며 포퓰리즘에 브레이크를 건 “희망의 신호”(가디언)가 됐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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