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고 깜깜이…면세점 심사 때마다 뒷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면세점 특허 심사를 둘러싼 잡음은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았다. 면세점 사업을 하려면 정부로부터 사업 허가(특허)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투명한 절차가 중요하지만 정부가 사업자 선정부터 시기와 방법을 두고 일관성 없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키워왔다.

작년 11월 SK·롯데 심사 탈락 이변
올 4월 신규 4곳 추가 발표 나오자
‘탈락한 2곳 살리려는 것’ 분석 나와

지난해 7월 정부는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에 나섰다. 면세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관광객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경쟁에서는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손을 잡은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사업권을 따냈다.

넉 달 뒤인 11월에는 기존 면세 사업자의 특허 만료에 따른 재승인 심사가 있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소공동 본점 사수엔 성공했지만 새로 만든 잠실의 월드타워점을 내놔야 했다. 23년간 영업해 온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도 마찬가지로 사업권을 내려놓아야 했다. 신규 사업자로 신세계와 두산이 들어왔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두 업체의 탈락이 이변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1위 롯데가 월드타워점 특허 재승인에 실패한 이유가 악화된 국민 여론을 의식한 정무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롯데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었다. 이런 와중에 관세청은 평가 점수는 물론 심사위원 명단까지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4월 다시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중소기업 1곳)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특허권 2장은 지난해 11월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와 SK를 위한 것이고, 사실상 대기업 1곳, 중소기업 1곳을 추가로 선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4일 마감된 특허 신청에는 롯데·SK·현대백화점·HDC신라·신세계 등 5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관세청은 현재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허 신청을 낸 기업들에 최근 ‘사외이사 명단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특정 기업의 사외이사를 제외하기 위해서다. 깜깜이 논란을 의식, 관세청은 이번 평가에서는 입찰자 점수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심사위원은 공개하지 않는다.

관련 기사

하지만 이번 심사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면세점 심사로 튀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 여론을 의식하면 롯데와 SK에 사업권을 주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떨어뜨릴 수도 없지 않으냐”며 “사업자 선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지만 심사 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