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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선 투자 살리려 줄줄이 내리는데…야당은 “법인세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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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증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법적 처리 기한(12월 2일)이 다가온 가운데 야당은 법인세율 인상을 당론으로 채택해 다음달 본회의에서 관철한다는 목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2%에서 24~25%로 올리기로 방향을 잡았다.

야당 22 → 25% 인상 밀어붙일 가능성
“기업 경쟁력 악영향, 투자에도 찬물”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세수 관련 법률안을 ‘세입 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면 해당 법안은 여야 합의가 없어도 12월 1일에는 예산안과 함께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고, 야당 단독으로 표결 처리할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의 표만으로도 법인세율 인상안이 통과될 수 있단 얘기다. 이러면 이명박 정부 때 내린 법인세율(최고 세율 25%→22%)이 원위치 된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4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법인세율 인상 강행은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의회 질서에도 어긋나는 다수의 협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실효세율 인상에 따라 법인세수가 50조원을 넘은 상황”이라며 “명목세율마저 인상한다면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 고용 여력 등이 감소하는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자중지란에 빠진 새누리당이 야당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야당은 ▶복지 재원 마련 ▶재정건전성 확보 ▶흐릿해진 낙수효과(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와 소득이 증가)를 법인세율 인상의 이유로 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이익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진단한다. 당장 세 부담이 늘어날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현실화 등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우는 아이 뺨치는 격’이란 얘기다. 이미 올 1~9월 법인세는 전년 동기 대비 7조7000억원 더 걷혔다. 주요 세목 중 가장 많이 늘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내외 악재가 겹쳐 기업 환경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오히려 법인세율을 내려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주요국의 경쟁적인 법인세율 인하 릴레이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35%인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15%로 대폭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영국은 20%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년부터 매년 1%포인트씩 떨어뜨려 2020년 17%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주요국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내리는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한국 기업이 경쟁에서 뒤처지고 기업들이 한국에서 빠져나가게 돼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소득세율 인상도 밀어붙일 태세다. 현재 최고 소득세율 38%를 적용받는 대상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상 연소득 1억5000만원 초과자다. 더민주는 5억원 초과에 대해 새 구간을 만들어 41%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에 41%, ‘10억원 초과’는 45%까지 세율을 높이자고 한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섣부른 증세보단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 마련이 급선무라고 진단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입 범위 내에서 세출이 이뤄지도록 하면서 재정 지출을 효율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세율을 올리더라도 증세에 따른 재원을 일자리 창출 등에 쓰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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