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송60주년 특멸기획 『방송과 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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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월16일로 방송60주년을 맞은 KBS는 지난주 여러편의 특집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번 60주년특집들은 다른 계기특집들과는 달리 비교적 짜임새 있고 수준높은 것들이었지만 어딘지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이같은 느낌은 우선 60주년을 기준하는 JODK경성방송이 일제식민지방송이었다는 점등에서 야기된「방송뿌리 논쟁」이라든가, 같은 방송매체인 MBC의 외면에 따른 썰렁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누구보다도 방송60년을 축하해야할 시청자들의 냉담한 반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싶다.
이는 무엇보다도 지난 60년간 방송이 국민들에게 끼친 유무형의 공적에도 불구하고 공정보도 시비등에서 단적으로 나타나듯이「국민의 방송」보다는「정부의 방송」이라는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더 강하게 부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KBS도시청자들을 대대적으로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스스로「조촐한」자축프로그램들만 가짐으로써 어떤 의미로 안쓰러운 한주일을 보냈다.
그러나 이같은 허전함 속에서도 1TV가 16일저녁 방영한『방송60주년 특별기획-방송과인간』은 KBS로서는「용기」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진지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특집주간의 하이라이트로 평가되고 있다.
「방송-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부제가 달린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아이템을 통해 TV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보여주면서『TV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 이에따라 우리 스스로 TV의 역기능을 제어해가야 하며 동시에 순기능을 만들어 가야한다』는 설득력있는 메시지 창출에 성공했다.
이에따라『방송과 인간』에서는『TV유해론』을 영상실험, TV시청이 독서에 비해▲두뇌를 무기력하게 만들고▲눈동자의 움직임을 둔화시켜▲궁극적으로 신체전반에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인 반응을 조장한다는 「TV시청증후군」 을 뼈아프게「고백」한데 그치지 않고▲폭력장면을 시청한 어린이들의 반응을 실험, 어린이들이 장난감인형을 때려부수는 장면을 낱낱이 공개하고▲TV만화 『15소년표류기』 를보고 가출한 어린이들의 실화를 예시하는등 TV의 역기능과 영향력을 생생하게 알려주었다.
이처럼 TV가 스스로의역기능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백서를 제출한 것은 KSB의 큰 용기였고 나아가 방송사에 종사하는 제작진들에게는 제작의 신중성을, 시청자들에게는 TV의 양면성을 깨우쳐주었다.
KBS자체내에서까지 방송직후 격렬한 논란을 일으킨 이 프로그램은 그러나 작은 것을 포기하고 큰 것, 즉 방송에 대한 신뢰도를 얻었다는 점에서 KBS의 이미지를 크게 제고시켰고나아가 보도분야등에 대해 공영방송의 전형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KBS는 월∼목요일 밤9시50분에서 11시30분까지 방영된 시리즈특집들마다 「60분이상 프로그램은 1TV에서도 광고를 붙일 수 있다」는 규정을 철저히 이행, 방송60년이라는 「뜻깊은 주간」에서까지 끝끝내 광고수입을 의식하는 공영방송 답지않은 옹졸한 태도를 재현했다.
즉 월요일 『특집 KBS가요무대』에 18개(4백25초), 화요일 『특집 드라머 어느방송인』에 19개(3백65초), 수요일『특별토론회-문명국의 비전, 1천억불시대의 한국인』에 13개(2백25초), 목요일『특별심포지엄 청소년은 내일을 만든다』에 14개(2백50초)의 광고가 불었다. 잔칫상을 차리면서 축의금부터 챙기는 공영방송의 모습이었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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