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평화시위가 남긴 것' 숫자로 본 11·12 집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12일 열린 '2016 민중총궐기'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집회임에도 별다른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섬광탄과 최루탄을 사용하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100만명 평화 시위'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각종 숫자 지표로 이번 집회의 의미를 짚어봤다.

100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 26만명이 참가했다. 100만 명은 2014년 8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식이 진행됐을 때 운집한 인파와 비슷한 수준이다. 집회 규모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최대라는 얘기도 나온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달 말까지 매 주말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오는 19일 전국 동시다발 4차 범국민행동을, 26일에는 전국 집중 5차 범국민행동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8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광화문 8차로를 모두 개방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가 "기존 두차례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됐다"며 투쟁본부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찰은 광화문 광장 집회 참가자들이 세종대왕 동상을 넘지 못하도록 해왔지만 이날은 이 마지노선조차 없었다.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안국 로터리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12일 오후 6시 20분쯤 서울 광화문 뒤로 불 켜진 청와대 건물이 보인다. 최정동 기자

12일 오후 6시 20분쯤 서울 광화문 뒤로 청와대 건물이 보인다.

오후 10시 30분쯤 공식 집회는 해산됐지만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까지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이 청와대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는 내자동 로터리에 차벽을 세우고 시민들의 진입을 막으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1
이날 시위에서 폭행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13일 오전1시 기준 1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45세 남성 A씨(자영업)씨는 오후 11시10분쯤 내자동 로터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는 도중 3기동단 소속 최모 순경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100만명이 운집한 집회 규모에 비하면 경미한 숫자다. 이후 경찰의 수차례 해산 요청에도 남아있던 시민 중 22명이 추가로 연행됐지만 모두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적용됐다.

12일 집회 참석 후 쓰레기 자진수거에 나선 여중생들. 신인섭 기자

12일 집회 참석 후 쓰레기 자진수거에 나선 여중생들.

경찰에 따르면 부상자는 경찰관 3명, 의무경찰 1명이고 이 중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시민 부상자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지만 30여 명으로 추정되며 부상도 경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시민들은 경찰차에 올라가는 등 일부 시위대의 과격 행동을 만류하고 쓰레기를 자진 수거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선보였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사진=최정동·신인섭·김경빈·김성룡·강정현·우상조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