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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계 경제 새 판 짜는 트럼프노믹스 기회 선점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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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경제의 새 판 짜기가 시작됐다. 이는 지난 30년간 세계를 휩쓴 신자유주의의 퇴조를 재촉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의미한다.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지만 한국은 경제 컨트롤타워 표류로 대응에 차질을 빚고 있다. 어제도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렸지만 액션플랜을 내놓지 못했다.

새 판에 대응하려면 정확한 분석이 먼저다. 트럼프노믹스는 자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중산층 복원과 일자리 창출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고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러스트 벨트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활성화가 추진된다. 이를 통해 재임 중 경제 규모를 배로 늘려 위대한 미국을 재건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구상이다. ‘트럼프판(版) 뉴딜정책’이라고 하는 이유다. 여기에 보호무역주의가 더해진다.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물리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불참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거론된다. 애플 중국 공장을 비롯한 해외 미국 기업이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도 추진된다.

얼마나 실현될지 불확실하지만 이런 트럼프스톰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미국이 무역장벽을 높게 쌓으면 현대자동차는 멕시코를 통한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간재 수출 감소로 한국이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TPP 불발 등으로 일본의 엔고(高)가 진행되면 한국의 가격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미국이 무역장벽을 높여도 상품 경쟁력만 있으면 경쟁의 한 축인 일본에 대해서는 우위에 설 수 있다.

1조 달러 인프라 사업도 기회다. 대규모 감세를 하면 재원을 해외에서 조달할 수도 있다. 한국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이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변수가 많다. 미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고, 셰일가스 증산에 따른 국제유가 장기 침체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는 신속한 적응력을 보여야 한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만이 트럼프노믹스가 만들 새 판에서 생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