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일본 증시, 브렉시트 후 최대 하락…“불확실성 가장 큰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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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9일 국내 주가는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2.25% 하락한 1958.38, 코스닥은 3.92% 내린 599.74로 장을 마쳤다. 또 환율은 14.5원 급등한 달러당 1149.5원에 마감됐다. 이날 오후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9일 국내 주가는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2.25% 하락한 1958.38, 코스닥은 3.92% 내린 599.74로 장을 마쳤다. 또 환율은 14.5원 급등한 달러당 1149.5원에 마감됐다. 이날 오후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설마 했던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사건)’이 출현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과 엔화 가치는 오르고 주식시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다. 특히 9일(한국시간) 미국 대선 개표 시간에 맞춰 장이 열렸던 아시아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예상 밖 결과에 아시아 증시 흔들
엔화는 급등, 홍콩지수 2.9% 급락
멕시코 페소화 한때 11% 떨어져
유럽 증시 혼조, 뉴욕은 보합 출발
“보호무역주의 장기적으로 악영향”
일각선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

9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장중 6% 넘게 폭락했다가 전일 대비 5.4% 내린 1만6251.5에 마감했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한국(-3.9%·코스닥), 대만(-3%·가권지수), 홍콩(-2.9%·H지수)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외환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엔화가치는 한때 전일 대비 3%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트럼프가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다며 적대시하는 멕시코의 페소화 가치는 시간외거래에서 1994년 말 이후 하루 최대폭인 11%까지 한때 급락했다. 페소화는 전 세계에서 ‘트럼프 쇼크’에 가장 취약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도 이날은 약세였다. 연말로 예상됐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 금 현물가격은 장중 4% 가까이 오른 온스당 1336달러까지 치솟았다. 구리·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은 미국 대선 개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소폭 오름세로 출발한 증시는 오전 11시쯤 폭락하기 시작했다.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소식이 나오면서다. 이후 트럼프의 승세가 굳어질수록 낙폭이 커졌다. 시장이 트럼프의 승리를 최고의 악재인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당선이 확정된 후 트럼프가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았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장 초반 2% 넘는 급락세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충격을 흡수했다. 오후 11시30분 현재 유럽 주요 증시는 0% 안팎의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선 이후 첫 개장한 미국 증시도 보합세로 출발했다. 장 초반인 오후 11시30분 현재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도 0%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아시아 증시의 급락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쇼크’가 지난 6월의 ‘브렉시트 쇼크’와 닮았다고 말한다. 6월 24일 브렉시트 직후 세계 증시는 폭락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영국이 EU에 잔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는데 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쇼크도 마찬가지다. 예상 밖의 결과에 충격은 배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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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견해가 갈린다. 이종우 센터장은 “브렉시트는 장기적인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구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당선 후에는 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화당 비주류이던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우려가 크다”며 “이런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보여주지 않는 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내세웠던 과격한 슬로건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지만 미국의 통상 기조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방향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악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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