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피해 한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복구 중…울산 ‘깊은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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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태풍 ‘차바’때 침수되면서 폐쇄된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 지하주차장. [사진 최은경 기자]

태풍 ‘차바’때 침수되면서 폐쇄된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 지하주차장. [사진 최은경 기자]

“물·전기 없이 3일만 살아보세요. 그 불편함을 말로 다 못합니다.”

지하주차장 잠겼던 반천현대아파트
전기·상가 등 복구 안돼 불편 겪어
주민들 “대암댐서 물 쏟아져 침수
수자원공사가 보상 대책 마련해야”

7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6개 동 998세대)에서 만난 주민 손정진(57)씨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로 지하주차장이 완전히 잠겨 주민 한 명이 숨지고 차량 600여 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울주군은 이곳의 복구가 사실상 완료됐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편과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김재덕(55) 입주자 대표는 “전기배선이 합선 위험이 있고, 소방시설이 못쓰게 돼 화재에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태풍 당시 정전으로 주민들은 일주일 뒤 전기를 쓸 수 있었다. 3개 동은 아직 임시로 끌어온 전기를 쓴다. 수돗물은 지난달 26일에야 공급됐다. 김 대표는 “20여 일간 아침·저녁으로 30분씩 물이 나와 가정의 화장실을 쓸 수 없게 된 주민 2500여 명이 상가 화장실 16개를 사용하고 화장실 물을 받아쓰곤 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곳곳을 둘러봤다. 폐쇄된 지하주차장(400여 대분 주차) 한쪽에는 각 세대에 연결된 배수·전기시설이 있었지만 물에 젖어 못쓰는 상태였다. 천장의 스프링클러는 망가져 위태롭게 흔들렸다. 일부 기둥엔 금이 가고 벽도 갈라져 있었다. 침수 당시 물의 압력 때문이라고 한다.

지하 배전실의 소방펌프는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화단 곳곳에는 한국전력공사가 임시로 설치한 전기선이 어지럽게 노출돼 있었다. ‘특고압’이라는 노란 경고장이 붙어있었지만 위험해 보였다.

상가 지하에서는 페인트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하 1층의 마트와 교회는 물에 잠겼던 물품을 들어내고 공사 중이다. 마트는 이달 말 다시 문을 연다.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 다른 마트가 없어 불편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지하 주차장 폐쇄로 퇴근시간엔 주민간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주민들은 금전적 부담도 생겼다. 김 대표는 “전기배선을 교체하는데 3억원이 들지만 사유시설이어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세대별로 수백만원씩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파트에서 1㎞ 가량 떨어진 대암댐 여수로(여분의 물을 내보내는 수로)에서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아파트가 잠겼다며 수자원공사에 보상을 요구 중이다. 이병환(56) 주민대책위원장은 “태풍 전날 대암댐에 물이 93%나 차 있었는데도 미리 내보내지 않아 아파트가 침수됐다”며 “수자원공사가 보상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주군 삼동면·범서읍 일대의 농가 역시 파묻힌 농기계나 떠밀려온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농작물은 세부 조사항목이 많아 피해조사에 시간이 걸렸다”며 “이르면 일주일 안에 보상비를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서읍 구영리의 관문인 점촌교 등 태풍으로 부서진 크고 작은 교량도 복구되지 않아 인근 주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학교 건물 1층이 침수된 삼동면 삼동초등학교 학생 44명은 가까운 문수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교육청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같은 복구 방법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글, 사진=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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