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다보스포럼 때 박대통령보다 부각된 이미경 CJ부회장, 결정적으로 눈 밖에 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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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CJ 이미경 부회장(오른쪽에서 둘째)과 가수 싸이(오른쪽에서 셋째) 등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CJ 이미경 부회장(오른쪽에서 둘째)과 가수 싸이(오른쪽에서 셋째) 등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오동진 영화평론가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청와대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은 뒤 2014년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관련, "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가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 말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은 이 부회장이 계속 버티려 하다 결국 물러난 데는,  다음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청와대의 눈 밖에 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영화기자 출신인 오동진 평론가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CJ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고 CJ E&M을 실질적으로 경영해 온 이미경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미국으로 갔다. 그래서 영화계도 굉장히 의아해했는데, 최근 청와대 사퇴종용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모든 일들이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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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평론가

그는 "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 주인공으로 가수 싸이와 CJ 이미경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보다) 부각이 됐었던 것 같다"며 "그 일로 박 대통령이 불편해하더라도 부회장직을 물러나게 하라고까지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주변의 문고리 3인방 등 주변 인사들의 과잉충성이 이루어지던 때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CJ그룹은 다보스포럼 때 이미경 부회장과 박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다가, 갑자기 이 부회장 모습을 배제한 사진으로 교체하는 등 소동을 벌여, 청와대의 괘씸죄에 걸린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오 평론가는 또 "CJ가 만든 'SNL 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이 2012년 대선정국에서 대선후보들을 패러디했다. 전현직 대통령들을 다 대상으로 했던 건데 어쨌든 그런 부분들이 (박근혜 대통령 측에) 늘 불편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영화 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인 것 같다. MB정부 이후부터 보수적 정부에서는 영화계가 '좌파의 온상'이라고 보는 시선들이 굉장히 많고, 메이저 스튜디오인 CJ엔터테인먼트가 그런 작품들을 만드는 데 투자하고 좀 부채질한다, 이런 시선들이 있었던 게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측으로부터 그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CJ의 대표적인 영화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꼽았다.

그러면서 "이런 압박들이 있은 후에 CJ의 영화 성향이 싹 바뀌었다"며 "CJ가 '국제시장'과 '인천상륙작전'을 잇따라 만들었는데, 그 전에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만들어 현 정권의 눈 밖에 나 있는 것을 '국제시장'으로 많이 커버했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후에도 '인천상륙작전' 등을 만들면서 이재현 회장의 석방에 대한 갈망을 표출했고, 현 정권과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지가 크게 작동했다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CJ 뿐만 아니라 NEW도 (노무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을 만들고 나서 정서적인 것, 경영상에 있어서 심리적 압박이 없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보수적 성향의) 영화 '연평해전'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많이 나돌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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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영화 탄압 사례도 소개했다.

오 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속편이 만들어지려고 했다. '괴물2'를 만들기 위한 모든 투자가 완료된 상태에서 갑자기 투자가 다 철회됐는데 그게 MB 정부 때"라며 "왜냐하면 괴물이 한강에서 나왔던 '괴물'에 이어, '괴물2'의 설정은 괴물이 청계천에서 나오는 거였다. 그런데 MB정부 초반에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치적 중 하나인 청계천에서 괴물이 나오면 되느냐, 이런 것이 문제가 돼서 투자가 다 철회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경우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서병수 부산시장이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해서 밀어내야 했는가, 이것도 언젠가 밝혀질 문제'라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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