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박 대통령, 서울의 스벵갈리 털고 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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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보도하는 외신에 심령술사란 뜻의 ‘스벵갈리’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의 스벵갈리에 대해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순실씨를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스벵갈리에 비유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뒤 모리에의 소설 『트릴비』에 등장하는 스벵갈리는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으나 박치에 무대에 설 능력은 갖추지 못한 소녀 트릴비를 심령술로 조종해 가수로 성공시킨다. 하지만 스벵갈리가 죽자 트릴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사설서 최순실을 심령술사 비유
WP ‘샤머니즘에 빠진 대통령’
아사히 “국정혼란, 한·일 관계 영향”

FT는 “박 대통령의 개인사에서 정신적 친구였던 한 사람이 국가수반에 대해 스벵갈리와 같은 장악력을 행사했다”며 “대통령 의상부터 연설문, 국가 기밀문서까지 개입했다”고 전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샤머니즘(shamanism)에 빠진 대통령’, AP통신은 ‘한국의 초현실적(surreal) 스캔들’이라고 보도했다.

외신 보도는 종교적 관계가 아니고서는 공식 직위도 없는 민간인이 이 같은 국정 농단을 할 수 있느냐는 인식이 대체로 깔려 있다. FT는 “박 대통령이 살아남으려면 개각 이상을 해야 한다”면서 “최씨와의 관계의 본질을 사실대로 밝히고 친구를 사법 처리에서 보호하려는 어떤 시도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에서 “최씨 사건에 대해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미래가 검찰 수사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중국·일본 언론은 박 대통령의 이날 두 번째 대국민사과를 신속하게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 대통령이 필요시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긴급 타전했고 일본 교도통신은 “박 대통령이 최씨의 범죄에 대한 자신의 관여는 설명하지 않고 기자 질문도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한국의 국정 혼란이 일·한 관계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백민정·이기준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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