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최순실 사건 국민 의심 없게 수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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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임명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순실 사건에 대해 추호도 국민들의 의심이 없도록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이날 청와대 기자실 을 찾아 취임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도 수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DJ 이후 17년 만에 비서실장
청와대 “야당과 소통 강화 의도”
허원제 정무수석은 원조 친박

김대중 정부 시절에 이미 한 차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그는 “어려운 시기지만 대통령께서 잘 일할 수 있도록 보필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이 자리를 맡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모시는 데 있어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중동고, 서울대 영문과(중퇴)를 나온 한 실장은 대표적인 DJ(김대중 전 대통령)맨이다. 그는 1982년 민한당 초선 의원 시절 대정부질문에서 “청주교도소의 김대중 선생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며 DJ와 인연을 맺었다. 97년 대선 때 DJP 후보 단일화 협상을 성사시켰고 98년엔 초대 노사정위원장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내면서 DJ의 신뢰가 더욱 깊어졌다. 이후 비서실장(99년), 민주당 대표(2001년)를 지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엔 2003년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시련을 겪었다. 친노 진영과는 계속 불화를 빚다가 2012년 초 탈당한 뒤 정통민주당을 창당했다가 18대 대선을 두 달 앞둔 그해 10월 박근혜 후보 진영에 합류했다. 이후 현 정부 초대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일해 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두루 인간관계가 원만한 편이고, 입이 워낙 무거워 ‘지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낙점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 시국이 야당과의 소통이 절실한 데다 난국을 돌파할 만한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점이어서 한 실장을 발탁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한 실장을 기용한 것은 야당과 소통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야당에서도 거침없이 비판하기 어려운 분이 아니냐”고 설명했다. 다만 야당에선 ‘대통령 하야’ 주장까지 나오는 시국이라 한 실장이 얼마만큼 역할을 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함께 임명된 허원제 신임 정무수석은 국제·경향신문 기자, SBS 정치부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방송 대책을 총괄했던 원조 친박이며,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부산 부산진갑)을 지냈다. 현 정부에선 방송통신위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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