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핫 이슈] '성추행 보복' 女軍장교 선처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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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요즘 군(軍)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군 관련 뉴스는 오프 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언제나 뜨거운 논쟁 소재다. 더구나 최근 들어 병영 내 성추행 사실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군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

선임병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일병의 투신자살 사건, 군 병원장의 간호장교 추행 파문, 그동안 가려졌던 크고 작은 성추문 증언…. 이 가운데 성추행당한 여군 장교의 보복성 구타 사건이 네티즌을 흥분시키고 있다.

육군 모 공병부대 소속 여군 A대위가 지난달 10일 같은 부대 B병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B병장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아내기 위해 폭력을 행사, 두 사람 모두 처벌받았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다.

이로 인해 A대위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며, 11월에 제대 예정인 B병장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군 헌병대에 구속됐다.

네티즌의 1차적 관심은 A대위에 대한 군 조치의 타당성 여부에 쏠려 있다. A대위를 선처해야 하는지를 놓고 네이버뉴스가 진행하고 있는 설문 조사에서 30일 오후 3시 현재 72%(9천9백10명)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

ID가 hongnews인 네티즌은 '사병이 여장교를 성추행한 하극상은 극형으로 처벌해야 한다. 장교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처벌하지 못한 점은 인정되나 장교의 피해를 도와주지 못한 상관 등 군조직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장교를 선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어떤 명목으로든 군내 가혹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이나 경찰 같은 수사기관에 의해 이뤄진 폭력도 사회기강 확립 차원에서 볼 때 정당하다는 이야기인가? (피해)여군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자신의 폭력에 대한 처벌은 받아야 한다'(ID 나다)는 주장이다.

ass510이라는 네티즌도 '집에 강도가 들어왔을 때 몽둥이로 패면 정당방위가 될 수 있지만 잡아놓은 뒤 무방비 상태에서 괘씸하다고 몽둥이로 때리면 과잉방어에 폭력으로 구속된다'고 비유했다. B병장의 성추행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A대위의 구타 행위도 법에 따라 처벌받아 마땅하다는 양비론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가 29일 게재한 A대위와의 인터뷰 기사는 이같은 논쟁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A대위는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스스로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면 성추행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개 병사가 간부방에 침입해 그런 일을 한 사실 자체가 걱정된다. 군 기강이 그만큼 해이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이 B병장을 각목으로 때리고 구덩이에 하반신을 파묻었다는 등의 얘기는 사실과 다른 과장 보도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happymac라는 네티즌은 '원칙대로 가자'며 해당 부대장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군 내부에 팽배해 있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한달이 넘도록 이 사실을 축소.은폐하고 후속 처리에 미온적이었던 대대장이 가장 큰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을 성추행 등 군 내부의 잘못을 개혁하고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문제는 남성.여성의 문제 이전에 군의 기강이 문제다'(웃겨), '가장 중요한 것은 성추행도 아니고 구타도 아니다. 바로 군의 징계 시스템에 있다'(푸른산) 는 지적이 이러한 네티즌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