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트리플 하락, 경기 전부문 경고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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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기 추락세가 심상찮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트리플 부진이다. 최순실 사태가 국정을 흔드는 가운데 경기 침체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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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통계청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소비는 5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9월 소매판매 감소폭은 한 달 전에 비해 4.5%나 됐다. 2011년 2월(-5.5%) 이후 최대폭 감소다. 가전제품과 옷은 물론 음식료품까지 전 부문 소비가 줄었다. 경기 부진에 소비자가 지갑을 닫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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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통계청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폭염 효과 종료 영향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갤노트7 판매 중단으로 9월 통신기기·컴퓨터 판매는 한 달 새 11.6% 줄었다. 무더위가 꺾이면서 에어컨 등 가전제품 매출도 전월 대비 12.6% 감소했다. 농축산물 물가가 급등해 음식료품 판매도 7% 줄었다. 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예년보다 추석(9월 15일) 연휴가 빨랐다는 점도 음식료품 판매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의복을 비롯한 준내구재 판매도 9월 들어 0.6% 줄었다.

소비 하락 5년7개월 만에 최대
산업생산은 5개월 만에 첫 감소
건설도 멈칫, 설비투자 2.1% 줄어
정부는 일시적 경기 하락에 무게
시장선 “정부역할 못 해 부진 확대”

삼성전자 갤노트7 판매 중단과 수출 부진에다 구조조정 여파가 겹치면서 산업생산도 줄었다. 올 9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과 비교해 0.8% 감소했다. 4월(-0.7%) 이후 다섯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1월(-1.4%) 이래 최대 낙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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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통계청

생산, 소비에 투자까지 경기 전 부문에 위험 신호가 들어왔다. 9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2.1% 줄었다. 그동안 국내 경제를 ‘홀로’ 지탱해온 건설경기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9월 건설기성(공사 실적)은 전월에 비해 4.7% 감소했다.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건축(-3.7%), 토목(-6.8%) 공사 실적 모두 줄었다.

기재부는 이날 ‘산업활동 동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보강 대책의 집행 관리를 강화하고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 보강, 소비·투자 활성화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대내외 불안 요인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 위험 관리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일시적 경기 하락’에 무게를 뒀다. “소비·투자 등 내수가 조정을 받았지만 일시적 요인이 크고, 10월 소비는 반등할 전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 판단은 좀 다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갤노트7 생산 중단 여파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산업활동 부진폭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그동안 부진한 소비·투자를 정부가 받쳐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최순실 사태로 인한 논란으로 정부의 컨트럴타워 역할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건설투자도 정부의 재건축 과열 억제 움직임으로 위축되고 있는 만큼 내수 정체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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