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땐 버텼지만 ‘최순실’로 물러난 문고리 3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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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재만 전 총무·정호성 전 부속·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왼쪽부터) 등 ‘문고리 3인방’의 사표를 수리했다. [중앙포토]

30일 청와대에서 물러난 이재만 전 총무, 정호성 전 부속,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대통령의 분신과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은 1998년 박 대통령이 대구 달성 재·보선으로 정계입문한 이래 18년 동안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달성의 김석원 의원 비서로 있다가 박 대통령이 지역구를 승계하면서 보좌진에 합류했다. 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의 국회 보좌관 발탁은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관여했다는 게 정설이다. 정씨가 2000년대 초반까지 박 대통령의 개인 비서실장 역할을 했을 때 이들은 정씨를 ‘실장님’으로 불렀다.

이재만·정호성·안봉근은 누구
박 대통령 정계입문 뒤 18년 보좌
이들 안 거치면 대통령 연결 안 돼
친박 “3인 없는 청와대 상상 안 가”
야당 “너무 너무 만시지탄…다행”

이들은 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 때문에 웬만한 수석비서관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부터 취임 이후까지 이들을 통하지 않고선 누구도 박 대통령과 잘 연결되지 않았다. 3인방은 2014년 연말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야당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공격을 받았으나 박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고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 최순실 사태로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가 청와대를 덮치자 박 대통령도 더 이상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이 중 정 전 비서관의 경우 e메일 아이디가 유출된 문건의 작성자 아이디와 같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인사는 “3인이 빠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할지 상상이 잘 안 간다”며 “박 대통령도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물러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김성우 전 홍보수석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그동안 청와대의 강경론을 주도했던 인사들로 분류된다. 이원종 전 비서실장과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임명된 지 6개월도 안 됐지만 박 대통령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교체를 결정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 실장은 인사 발표 후 “반듯하게 일해 보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으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홍보수석에 내정된 배성례(58) 전 국회 대변인은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KBS와 SBS에서 근무한 방송기자 출신이다. 김규현 외교안보, 강석훈 경제, 현대원 미래전략, 김용승 교육문화, 김현숙 고용복지, 정진철 인사수석 등은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 기류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는 2년 이상 교체 요구가 있었고 우병우 민정수석도 진작 교체했어야 했다”며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몇 명 바꾸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가. 너무너무 만시지탄”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우 수석의 경질을 환영한다”며 “비서실장 등 일부 수석과 문고리 3인방의 사표 수리는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라는 글을 남겼다.

김정하·현일훈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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