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하다말고 비즈니스 챙기는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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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개관식의 트럼프 가족. 왼쪽부터 차남 에릭,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차녀 티파니. [신화=뉴스1]

대선까지 13일 남긴 2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복판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도널드 트럼프는 부인 멜라니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장녀 이방카, 차녀 티파니와 함께 나란히 테이프 컷팅에 나섰다. 이미 호텔 개관 후 한 달 넘게 지난 시점에서 자신 소유 호텔의 ‘공식 개관식’을 연 것이다. 지지율에서 10%포인트가량 뒤지고 있어 1초가 아까운 상황인 만큼 “이미 승부를 포기하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다시 챙기고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했다. 그는 전날 플로리다주 유세 때도 예정에 없이 ‘트럼프 내셔널 도랄’ 골프장을 방문했다. 전 직원을 모아 놓고 사진을 찍으며 사업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개관 한달 된 호텔 테이프컷팅식
“언론들 콘서트 간 클린턴은 칭찬”
트럼프 캠프 “이중잣대” 반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자신 소유 호텔에서 연설이나 기자회견을 했던 적은 경선 과정부터 자주 있었지만 그때는 누가 보더라도 ‘선거 일정’이었지만 이번 행보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실제 트럼프 호텔은 개관 당시만 해도 예약이 몰렸지만 트럼프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예약률이 떨어지고 있다. 공화당의 선거전략가 케빈 매든은 “최근 ‘사업 챙기기’는 트럼프가 당선할 것으로 믿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포기했다는)최악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 무례하고 모욕적”이라며 “정부도 비즈니스를 하듯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선대본부의 켈리엔 콘웨이 본부장도 “어젯밤 플로리다에서 가수 아델의 콘서트에 간 클린턴에게는 ‘멋지다’고 하면서 트럼프가 사업가 재능을 보여주기 위해 호텔에 들르는 것에는 지나치게 흥분한다”며 “언론의 이중잣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는 트럼프에게 판세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치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이날 “클린턴 후보가 현재 혼전 중인 플로리다 등 9개주(선거인수 140명)를 다 져도 이미 과반(270명)을 넘는 272명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 클린턴이 333명을 확보해 압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이날 “막판 선거전에 내 돈 1억달러(약 1135억원)까지 지출할 생각”이라며 “우리는 엄청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했다.

◆클린턴, 유리천장 아래서 개표 시청=클린턴 선거캠프는 26일 클린턴이 대선 당일인 다음달 8일 뉴욕 맨해튼의 ‘제이콥 K. 자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저녁 행사를 갖는다고 발표했다. 이 건물은 외벽 전체가 유리로 만들어 졌으며 행사 장소는 유리천장을 갖고 있다. 클린턴은 올해 대선을 통해 여성을 억누르던 유리 천장(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을 의미)을 깨뜨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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