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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재건 수술 하느라, 중상 2세아 돌려보낸 전북대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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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30일 후진하던 견인차에 김모(2)군이 치인 뒤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이송됐을 당시 병원 측이 유방암 환자 유방 재건(再建)수술과 신장이식 수술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환자 상태를 제대로 전달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중앙센터에서 자세히 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대병원은 환자 상태 잘못 판단
응급·외상센터 자격 6개월간 취소
응급의료 공백 우려, 기능은 유지

보건복지부는 20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어 그동안의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김군이 처음 이송된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센터를, 김군을 받지 않은 전남대병원의 권역외상센터를 취소했다. 김군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 누나(4)·외할머니(72)와 전북 전주시의 한 횡단보도를 건너다 변을 당한 뒤 수술할 곳을 찾지 못해 약 12시간 만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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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병원 측은 당시 수술이 두 건 진행 중이어서 빈 수술실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조사 결과 수술 중이었던 것은 맞았다. 그러나 응급수술은 아니었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시 한 건은 유방재건 수술, 다른 한 건은 신장이식 수술이었다. 둘 다 긴급 수술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권역응급센터의 역할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고 본다. 이송 당시 환자의 상태를 고려할 때 전북대병원이 끝까지 치료하는 것이 적절했다고 중앙응급위원회가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응급위원회의 한 위원은 “유방재건 수술을 하느라 중증환자 수술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수술이 필요하면 다른 수술실을 열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됐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전북대병원이 ▶당직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아 전문의가 대면 진료하지 않았고 ▶영상의학과 등과 협진이 안 돼 환자 평가와 진료가 미흡했으며 ▶다른 병원에 환자 상태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대병원 측은 “신장이식 수술은 응급 환자였고 유방암 환자는 수술 중이어서 중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남대병원도 그동안 환자 상태를 잘 몰랐던 것처럼 설명해 왔으나 정부 조사 결과와는 차이가 있다.

권 정책관은 “‘전북대병원이 발목손상 수술 가능 여부만 확인해 자세한 환자 상태를 몰랐다’는 전남대병원의 주장과 달리 국립중앙의료원 전원조정센터가 전남대에 환자 상태를 상세히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트럭에 깔려 오픈북 형태(책을 펼친 모양)로 골반이 골절됐다고 알렸는데, 이 정도면 중증외상 환자로 판단해 환자를 받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남대병원 측은 “골반 골절 설명은 들었지만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위원회에선 두 병원의 권역응급센터·권역외상센터를 아예 취소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지역 응급의료의 공백을 우려해 6개월간 취소하되 미흡한 점을 보완하면 재지정할 수 있게 했다. 두 병원이 취소 처분을 받긴 했어도 응급실과 외상센터 기능은 유지한다. 이날 전북대병원·전남대병원은 “응급의료 지원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전주=김준희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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