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중도금대출 억제하자…건설사들 새마을금고로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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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건설사들이 중도금 대출처를 찾기 위해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가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자 은행권이 신규 대출에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인기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GS건설이 수도권에서 분양 중인 A단지는 새마을금고와 중도금대출을 협의 중이다. 이 단지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9대 1에 달했지만 계약자에게 중도금대출을 해줄 은행을 찾지 못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건설사 규모와 상관없이 서울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은행권 중도금대출은 어렵다”며 “건설사들이 심사가 덜 까다로운 새마을금고와 같은 제2금융권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1%P 높지만 심사 통과 쉬워
중도금 줄이고 잔금 늘리는 경우도
“청약 땐 건설사 재무 상황 살펴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융권 중도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현재(8월 말 기준) 제2금융권의 중도금대출 잔액은 9조39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새마을금고의 8월 말 기준 중도금대출 잔액은 4조2216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2조원 늘었다.

대출기관을 찾지 못한 건설사들은 중도금 비중을 낮추고 입주 때 내야 하는 잔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 계약자들의 중도금 납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달 분양한 경기도 시흥 은계지구 B2블록과 하남 감일지구 B7블록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계약자에 대해 중도금 비중을 각각 50%에서 30%로 낮췄다. 이달 초 분양한 서울 고덕그라시움의 경우 분양 금액이 9억원을 넘는 가구(전용 97~127㎡)의 중도금 비중을 기존 60%에서 10%로 줄였다. 아파트를 지으면서 받는 중도금을 줄이고 입주 때 받는 잔금 비중을 높이면 그만큼 건설사나 시행사엔 부담이 된다. 건설공사를 하기 위한 자금을 추가로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 대출은 금리도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새마을금고 평균 대출 금리는 3.87%다. 은행권 중도금대출 평균 금리(2.79%)보다 1%포인트 높다. 대출을 받는 계약자 입장에서도 은행 대출보다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와 중도금 후불제를 시행하는 건설사나 시행사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이달 말부터 새마을금고 등의 토지·상가·오피스텔 담보대출도 까다로워진다. 이렇게 되면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의 신규 사업 추진도 전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은 여유 자금이 많지 않아 LH나 대형 건설사들처럼 중도금 이자 손실을 모두 떠안을 수 없다”며 “앞으로 중도금 대책 마련이 되지 않으면 기존 단지의 분양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앞으로 청약을 할 때는 중도금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자금 상황과 청약 조건, 건설사의 재무 상태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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