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고래들의 이름을 부르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우리 바다에 고래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동해에 고래들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진짜 고래는 아닙니다. 돌고래(Dolphin)와 상괭이(Porpoise) 들입니다. 고래에 비해 작고 어린 친구들입니다. 장생포 포경선 포수들도 고래로 대접하지 않았던 '잔챙이'였습니다. 고래에게는 반드시 Whale이란 영어명이 붙습니다.

대왕고래(Blue Whale)는 길이가 25m나 되고 몸무게는 125t이나 됩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나온 고래는 향고래(Sperm Whale)인데 몸무게가 40t이 넘습니다. 유유히 바다를 헤엄치는 그런 고래들이 진짜 고래인 것입니다.

우리 바다에 살았던 고래들의 이름을 기억하시는지요. 귀신고래, 참고래, 보리고래, 브라이드고래, 혹등고래, 북방긴수염고래, 꼬마향고래, 쇠향고래, 흰고래, 큰부리고래, 민부리고래, 은행이빨부리고래, 큰이빨부리고래, 혹부리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고양이고래, 들고양이고래, 들쇠고래…. 우리는 너무 많은 고래들의 이름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정일근 <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