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실『르네상스』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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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전음악 감상실의 대명사처럼 불려왔으며 중년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추억의장소」로 기억돼온 르네상스 (서울종로1가 영안빌딩4층)가 내년초부터 덕수궁 석조전으로 옮겨져 음악 자료관으로 탈바꿈한다.
이같은 계획은 석조전 서관에 자유문화 연수관을 개관할 예정인 문예진흥원이 르네상스에 있는 SP·LP 레코드판 1만3천여장과 기자재들을 보존 활용키로 르네상스 대표 박용찬씨 (70) 와 합의하면서 이루어졌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수 있게 꾸며질 이 음악 자료관은 박씨의 이름을 따「박용찬기념 음악자료관」으로 불리게 되는데, 문예진흥원이 보관하고 있는2천여 국악 테이프가 함께 비치되고 50평 규모의 별도음악감상실도 마련된다.
한국 최초의 음악감상실로 동란중인 61년 대구시행촌동에서 처음 문을 연 르네상스는 서울인사동 (54∼60년) 을 거쳐 60년12월부터 현재의 장소로 옮겨 「장안의 명물」로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왔었다.
르네상스에 비치되어 있는 음반들은 레코드 1백년사를 한눈에 볼수 있는 것들인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음반이며 유일하게 보관중인 1908년에 녹음된 『판소리 적벽가』와 억시 단 하나 보존되어 있는 대중가수 윤심덕의 『사의 찬미』, 전설의 소프라노 「멜바」 가 1903년에 취입한 『릴라꽃 필 무렵』,「그리그」가 직접 자곡연주한 피아노협주곡등 잘 구할수도 없고 가격으로 셈할수 없는 희귀품들이 많다.
이러한 음반들은 박씨가 1940년 일본 명치대 졸업후 귀국하면서 가져온 8천여점과 그 이후에 모은 것들로 박씨 자신이 그동안「분신」처럼 아껴온 것들.
초창기인 피난시절 음악가 문인 화가들의 사랑방구실을 했으며 70년대까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러볼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르네상스는「이름난 단골」 로도 유명했다.
문인 김동리 양명문 전봉건 신동엽 장만영 전혜린, 음악가 나운영 임원식 오현명 김만복, 화가 김환기 권옥연 변종하, 영화인 장민호 신상옥씨등이 그들중 일부 70년말부터 핫 뮤직 열풍과 오디오 문화에 밀려 운영난을 겪어 온 르네상스는 83년 적자로 무을 닫으려다 애호가들의 성화로 계속 문을 열어온 상태었다.
박씨는 나이가 들고 경영의 어러움을 겪으면서 그등안 음반들을 안전히 보관할 장소를 찾아왔는데, 이번에 문예진흥원에 이 자료들을 전부 기증키로 한것이다.<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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