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하는 교육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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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교 입시개선 안이 교육개혁심의회의 결정에 따라 확정되는가 싶더니 민정당의 반대로 또 한번 곡절을 겪게 되었다.
교개 심의 개선 안은 현재의 평준화 골격은 유지하되 희망하는 고교는 학군 안에서 학교별 입학시험을 치르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정당은 이렇게 될 경우 중학교육이 입시위주로 비정상화되어 고입 재수생의 급증, 음성적 과외의 성행 등 부작용이 생기고 평준화시책이 사실상 백지화됨으로써 대입에서의 고교 내신성적 반영 율의 논리적 근거가 약해진다는 등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나섰다.
교육제도는 한나라의 장래가 걸린 중요한 설계의 하나이기 때문에 개혁이든 개선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되도록 각계의 광범한 의견반영이 있을수록 좋다.
그런 측면에서 고입제도에 관한 당정간의 협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그런 논의를 통해 보다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킨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어떤 제도 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입시제도는 불가불 일정수의 탈락자가 생기게 마련이어서 만인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문제는 어느 제도를 택하는 것이 보다 많은 사람을 납득시키며 공정하게 운영되고 교육목표에 접근할 수 있느냐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제도를 고치면 거기에 따른 부작용도 있고 예상 밖의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여당이 반대논리로 내세운 고입재수생의 급증, 과외의 성행 등 부작용은 마땅히 우려해야 한다.
평준화시책이 사실상 실패한 마당에서 비록「학군 내」라고는 해도 경쟁입시가 도입될 경우 일부 사학에는 막심한 불이익을 안겨 줄 수도 있다.
평준화전의 이른바 명문교는 2류, 3류 로 전락하고 새로운 명문교의 등장으로 고교문턱마저 과거의 입시지옥을 재현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이 된다.
그러나 교육제도의 개선은 우리의 원대한 교육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과 함께 조령모개식의 제도변경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심각한 반성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뒤틀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이 관의 지나친 개입과 간섭에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고교의 경우라고 예외는 아니며 특히 사학의 경우 관의 개입이 파생시킨 역작용은 두드러진다.
나름대로의 건학 이념을 갖고 세운 학교에 대해 학생들을 컴퓨터로 배정해 놓고 운영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일일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한 결과가 무엇인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 그 실패가 명명백백해진 것이 평준화 시책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입시정책의 기본이 어떤 방향에서 짜여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진다.
더욱이 자율화는 시대적 추세이기도 하다. 자율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수범을 대학스스로의 노력으로 증명함으로써 대학의 권위를 높여 나가야 한다면 그런 원칙은 고교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대입에서의 고교성적 반영 율의 논리적 근거가 약해진다는 반대 론은 그렇지 않아도 내신 제가 안고 있는 취약점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쳐도 음성적 과외의 성행, 고교재수생의 누증현상 등은 미리 대비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부분적인 문제점 때문에 근본이 잘못된 제도를 방치할 수는 없다. 상당한 과도기를 두어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새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보다 나은 입시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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