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삼성전자·현대차 품질위기 자성·혁신으로 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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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나란히 품질 논란에 휘말렸다.

‘갤노트7’ 발화, 에어백·엔진 결함
빠른 조치로 신뢰위기 차단해야
글로벌 기업은 방심할 여유 없어

삼성전자는 어제 ‘갤럭시 노트7’ 생산과 전 세계 판매·교환을 모두 중단키로 했다. 미국과 한국 소비자보호 당국은 소비자들에게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지난달 배터리 결함으로 교환된 새 제품에서도 발화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중국·대만에서 발화현상 8건이 보고됐다. 이 중 한국 사례는 외부충격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나머지는 아직 원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단순히 배터리 문제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부에선 홍채 인식 등 특정 기능으로 인한 과부하나 과전류 차단 회로의 오작동 가능성을 제기한다. 원인이 무엇이든 심각한 품질 결함이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세를 탔다. 올 3월 ‘갤럭시 S7’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폰 판매와 수익성도 향상됐다. 하지만 갤노트7 발화로 이런 성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갤노트7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증권가에선 타 제품으로의 교환이나 환불 비용이 1조~1조5000억원, 연말까지 휴대폰 매출 감소액이 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다. 어제까지 이틀간 삼성전자 주가는 10% 하락해 시가총액 24조원이 날아갔다.

더 큰 문제는 삼성 브랜드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처음 갤노트7의 발화 문제가 터졌을 때 삼성전자는 ‘배터리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통 큰 리콜’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엔 정확한 원인을 발표하지 못한 채 생산 및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자칫 휴대전화 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평판에 금이 갈 수 있다. 조속한 원인 규명과 신속·투명한 대처가 시급한 이유다. ‘갤럭시 노트 S6’를 건너뛰고 갤노트7을 내놓은 과정에서 조급함은 없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현대차의 품질 논란도 간단치 않다. 2011~2014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소나타의 세타Ⅱ 엔진에서 결함이 발견돼 차량 소유자에게 수리비용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수리비용이 적어도 수백억원이다. 국내에서도 에어백 결함을 제때 조치하지 않아 국토교통부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지난해 6월 생산된 싼타페 2360대의 조수석 에어백이 ‘센서 설정 오류’ 등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발견됐는데 신고나 리콜 같은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두 기업은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두 회사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넘길 만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그럴수록 방심할 여유가 없다. 탄탄한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끊임 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2010년 도요타 사태나 최근의 폴크스바겐 사태는 사소한 문제라도 글로벌 기업을 휘청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품질 논란에선 남의 탓을 할 여지도 없다. 위기를 넘길 길은 자성과 혁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