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엔 마라톤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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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가난과 병마를 이기고 마침내 아주정상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고픔을 잊기위해 달렸다』는 한국여자육상의「기린소녀」임춘애양(17·성보여상2년) -.
8백m경주에서 2위로 꼴인하고도 1위선수의 실격으로 행운의 금메달을 안았던 임양은 3일 잠실운동장서 열린 여자 1천5백m 경주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는 또하나의 금메달을 따내 아주여자육상의 새별로 찬란하게 떠올랐다.
『이 금메달을 엄마 목에 걸어 드리고 싶어요.』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겉고 시상대를 내려선 임양은 기쁨의 눈물에 젖은 얼굴로 어머니 조말자씨(46) 를 찾았다.
그러나 8년전 남편을 여의고 노환의 시어머니(74)와 임양등 2남2녀를 혼자힘으로 키워온 조씨는 이날도 딸의 자랑스런 경기모습을 자신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성남 삼양전자구내식당에서 TV로 지켜봐야 했다.『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큰것이 이렇게 큰일을 하다니 그저 하느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딸의 1위 골인 광경을 동료종업원들과 지켜보던 조씨는 축하의 환성에 파묻힌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1백번에 한번 날까말까한 천부의 육상선수로 평가되는 임양은 달리기를 해온 지난 10년동안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며 의지와 집념으로 좌절을 극복해낸 인간승리의 주인공( 7월30일자 중앙일보보도). 그래서 그 금메달이 더욱 값졌고, 잠실경기장을 메운 5만5천여 관중은 일제히 일어서 환호와 박수로 감격을 함께 했다.
자라는 17년동안 허기진 배를「라면으로 채운적이 더 많다」는 키l백62cm, 몸무게 43kg의 가녀린 소녀.
『지난 8백m 우승때는 실격한 인도선수에게 미안해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요.』
임양은 운이 아닌 자신의 실력으로 딴 금메달이라는 것을 기필코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이날 더욱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국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위장병(만성위염) 빈혈등 아픈 몸이 다 나았어요. 88올림픽때까지 착실히 훈련을 해 메달을 따겠어요.』
환하게 웃는 임양의 결의는 다부지다.
10년간 임양을 지도해온 코치 김번일씨(43)는『임선수가 한참 자랄 나이에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이 달리고 스피드가 부족한게 약점』이라며『88년까지 체력을 보강한뒤 1만m와 마라톤에 출전시킬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임양이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국교 3년때인 77년.
코치 김씨가 국교순회지도중「재목감」으로 발굴, 지도를 시작했다.
천부의 재능은 김씨의 체계적인 지도와 강훈련으로 빛을 내기 시작, 소년체전·전국체전등을 통해 계속 기록을 경신하며「국가대표」로 선발되기에 이르렀으나 극심한 가난과 병고가 늘 소녀의 성장을 가로막아왔다.
막노동울 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뒤 임양일가는 어머니 조씨가 식당일로 벌어오는 한달l5만원의 월급으로 2백만원짜리 전세움막에서 식구가 살고 있다. <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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