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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선 ‘왕훙’ 모시기, 제주선 나쁜 유커 막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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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 관광·유통업계가 마련한 쇼핑관광 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KSF·9월 29일~10월 31일)와 중국 국경절 연휴(1~7일)가 겹치면서 유커(遊客·중국 관광객)가 대거 한국을 다녀갔다. 9일 관광 업계 등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에만 대략 20만 명의 유커가 방한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유커를 바라보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표정이 다소 엇갈린다. 대구의 경우 여전히 유커에 목말라 한다. 반면 제주도는 넘쳐나는 유커 중에 섞여 들어오는 잠재적 범법자들을 가려내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지자체의 ‘유커 앓이’는 이처럼 양면적이다.

지자체, 사정 따라 유커 대책 제각각
대구, SNS 막강한 영향력 홍보 활용
제주, 호텔 예약 없으면 입국 거부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 대구시는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중화권 관광객 24만여 명이 다녀갔다. 12월까지 14만 명을 더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국경절 연휴에 유커 1만5000명이 대구를 찾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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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중국 ‘왕훙’인 양아옌이 대구 서문시장 짜장면 집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대구시]

한 명의 유커가 아쉬운 대구시는 사상 처음 ‘디지털 관광 마케팅’을 시도했다. 유커를 대거 유치하기 위해 국경절 연휴 기간에 중국 네티즌에게 영향력이 막강한 왕훙(網紅)을 직접 대구로 초청했다. ‘왕뤄훙런(網絡紅人)’의 줄인 말인 왕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 높은 인지도로 20~30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 인사다. 왕훙이 사용하고 추천하는 상품이 대량 소비로 직결되면서 ‘왕훙 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각각 190만 명과 1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양아옌(楊阿姸)과 앤디A47(K팝 아이돌 중국인 멤버 출신)을 초청했다. 이들은 지난 7~8일 대구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모노레일을 둘러보고 서문시장을 찾아가 삼각만두 등 먹거리를 맛보며 동영상을 촬영했다. 한류스타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가 열연한 드라마 ‘사랑비’를 촬영한 계명대 캠퍼스를 찾아가 드라마 장면을 따라 하는 패러디 영상도 찍었다. 대구시 공무원들이 두 사람을 이틀간 지극정성으로 모셨다고 한다. 대구시는 이달 중순 파워블로거 10명을 추가로 초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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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시설 이월드를 찾은 앤디A47. [사진 대구시]

반면 ‘유커 방한 1번지’로 불리는 제주도의 상황은 다르다. 이번 국경절에 유커 6만4596명을 끌어들인 제주도는 유커 모시기보다는 ‘나쁜 유커 골라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100여 명의 유커가 이번 국경절 연휴에 제주도를 관광하려다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복수의 중국 매체가 9일 보도했다.

중국 난징(南京)시에서 4박5일 일정으로 지난 6일 제주공항에 도착한 부부 유커는 호텔 예약이 안 돼 있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된 뒤 귀국 항공편이 도착하는 10일까지 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

불법체류하다 강제 퇴거된 전력이 있어 이번에 입국 거부된 사례도 있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무사증 입국을 시도한 중국인(52)은 2008년 위조 여권을 들고 제주에서 불법체류하다 강제 출국됐는데 이번에 안면정보 검색(사진 분석)에 걸려 강제 출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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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주재 중국총영사관에 따르면 1~8월 입국이 거부된 유커는 8589명이었다. 지난해 연간 입국 거부자(7664명)를 이미 넘어섰다.

강영우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행정팀장은 “유커는 유효한 여권과 여행 일정, 숙박지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한다”며 “제공 정보에 문제가 발견되면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제주=김윤호·최충일 기자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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