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느린 암’은 옛말, 전립선암 발생률 가파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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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0대 초반 김모씨가 진료실을 찾았다. 소변이 끊겨 나와 나이 탓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허리 통증이 지속됐던 것이다. 검사 결과 전립선암이 많이 진행돼 골반까지 전이돼 있었다. 그는 수술도 받지 못하고 남성호르몬 억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진료실에서

‘느리다’ ‘순하다’ ‘할아버지암이다’라는 말은 전립선암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였다. 전립선암은 서양에서 발생률 1위로 꼽힐 만큼 흔한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전립선암은 우리나라 남자에게서 다섯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전립선암의 연평균 증가율은 10.5%로 가파르다.

국내 환자 연평균 10.5% 증가
전립선암의 증상은 배뇨장애·통증·혈뇨 등인데,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전립선 후반부에 암이 발생하기 때문에 암이 일정 수준 이상 커져야 요도를 압박해 배뇨장애가 나타난다. 또 뼈에 전이돼야 엉덩이와 허리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김씨처럼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을 때는 진행이 많이 돼 말기일 가능성이 크다.

병원에서는 전립선암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중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 ▶직장수지검사 ▶직장을 통한 전립선 초음파 검사를 진행한다. 전립선특이항원검사는 혈액검사로, 통상 혈중 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4.0ng/ml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직장수지검사는 전문의가 항문을 통해 손가락으로 전립선을 촉진해 단단한 멍울이 만져지는지 보는 것이다. 전립선 초음파 검사는 직장을 통해 전립선을 초음파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검사에서 의심 소견이 나오면 조직검사를 해 암을 확진한다.

전립선암은 위치·연령·병력·환자 선호도 등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택한다. 국소 전립선암의 1차 치료법은 근치적 전립선 제거 수술이다. 전립선 전체와 골반 임파선을 절제한다. 일부는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다. 전립선 및 골반 부위에 방사선을 조사해 암을 없애는 방법이다.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면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남성호르몬 억제 방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면 전립선암이 억제돼서다. 뇌하수체에 작용하는 주사제와 암에서 직접 억제하는 경구호르몬 억제제가 있다.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가 듣지 않는 경우 항암제를 투여한다.

전립선암이 외국병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최근에는 40대에게서도 자주 발견된다. 전립선암은 가족력이 있다. 아버지가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경우 40대부터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검진을 받길 권한다. 예방하려면 일단 술·담배를 끊고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며 저지방·고섬유질·5대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간단한 체조도 좋으니 하루에 10분씩이라도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매사 즐겁고 유쾌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암은 독과 같다. 세상에 순한 독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신촌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영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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