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발언파문」갈수록 활대|미국의 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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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장두성특파원】 「나카소네」일수상의 인종차별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일본 상품의 홍수때문에 널리 퍼져 있는 미국인의 반일감정을 크게 부채질했다.
25일 케네디공항을 출발하려던 일본항공(JAL)여객기는 폭탄장치가 되어있다는 익명의 전화경고 때문에 3시간동안 이륙을 늦췄는데 이 사건은 「나카소네」의 실언과 관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26일에는 흑인·라틴계등 인종차별발언의 대상이 된 소수민족단체가 워싱턴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미하원의 소수민족 출신의원 40명은 25일 「나카소네」수상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84년 대통령후보였던 흑인 민권지도자 「제시·잭슨」은 「마쓰나가」주미일본대사를 찾아가 「나카소네」수상의 발언을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패른·미첼」하원의원(민)은 26일 의회연설에서 모든 흑인 및 소수민족은 일제 자동차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제의하고 『우리를 열등인으로 취급하는 자들의 제품을 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언론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재일 한국교포들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내 소수민족을 경멸적으로 보는 「나카소네」의 발언이 재일교포들을 차별해온 일본인들의 정신자세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 구체적 예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저명한 평론가 「호바트·로원」은 「나카소네」의 발언이 흔히 있을 수 있는 실언이 아니고 일본인들이 평소에 품어온 우월감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외국인을 「가이진」(외인)이라는 이름의 한통속으로 보고 「이들은 결코 일본사회를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이라고 취급하는 일본인의 교만을 이번 사건과 관련시켜 비판했다. 「나카소네」는 취임이래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번 발언으로 적어도 의회에서의 반일감정은 크게 자극한 것 같다. 백인 우월주의자와 우파들은 아마 회심의 미소를 짓겠지만 이제 공개적으로 「나카소네」를 두둔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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