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8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신약 임상시험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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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미약품과 다국적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이 폐암 신약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의 부작용(피부 괴사 등)을 인지해 지난 8월께 신약 임상시험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7억3000만 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지난달 29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춘숙, 복지위 국감서 문건 공개
“피부 괴사 등 부작용 미리 알아”
회사측 “시장상황 변해 계획 바꾼 것”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두 회사가 “올리타정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8월 23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두 회사가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Data Monitoring Committee)’에 보낸 서신 중 일부다. 두 회사는 “임상 환자 등록은 7월 5일에 마무리돼 그후로 신규 환자가 없다. 베링거인겔하임은 계획된 임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DMC는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자료를 관리하고 환자 안전을 점검하는 독립적 국제기구다. DMC는 이에 앞서 양사에 “약의 유익성(benefit)보다 위험성(risk)이 크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모든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한미약품이 8월부터 신규 환자 모집을 중단했는데도 식약처는 지난 4일 ‘제한적 사용’ 허가를 통해 새로운 환자에게도 약을 판매하는 길을 터줬다. 정 의원은 “식약처가 오히려 규제를 더 완화해 주는 결정을 내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글로벌 시장 상황이 변함에 따라 임상 3상시험 계획을 바꾸기 위해 보낸 서신”이라며 “안전성 문제 때문에 임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올리타정의 경쟁 제품인 타그리소(아스트라제네카 개발)가 미국·유럽·한국 등에서 출시되고 임상 3상 결과를 성공적으로 발표한 탓에 임상 계획을 수정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한승우 홍보팀장은 DMC 서신 내용에 대해 “올리타정 자체의 유익성은 위험성보다 훨씬 높지만 타그리소에 비해 유익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련·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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