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화상 수상자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용서 구해야"

중앙일보

입력

6일 제13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한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드니 무퀘게(61) 판지병원장은 “이번 수상은 성폭력 생존자들에 대한 격려의 메시지”라며 “인류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인권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시 성폭행 피해 여성 4만여명 치료 DR콩고 무퀘게 판지병원장
“가해자 처벌 않는다면 폭력 악순환 끊이지 않아
여성 향한 범죄 단죄하겠단 의지 보여야만 해”

이날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는 “2002년 DR콩고에 공식적으로 평화가 왔다고 알려져 있으나, 여전히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취약하다. 인권이 유린당하고, 여성에 대한 성폭행이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무퀘게 원장은 1999년 고향 부카부카에 판지병원을 설립한 이후 내전 중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을 치료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판지병원에서 치료받은 성폭행 피해 여성은 4만 8000여명에 이른다. 그는 2012년 유엔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반군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서울평화상 심사위원회는 “무퀘게 원장은 성폭행을 전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부도덕한 전쟁의 피해자들을 치료해 여성과 아동의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고 수상자 선정 배경을 밝혔다.

무퀘게 원장은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아무런 처벌도 내리지 않는다면 폭력의 악순환을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여성을 향한 범죄를 단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무퀘세 원장은 앞서 일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시 성폭력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들을 회복시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7일 성균관대에서 민주콩고 지역에서의 성폭행 실태와 판지병원의 치료 모델을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사장 권이혁)은 지난 1990년 제1회 수상자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선정한 이후 2년마다 시상하고 있다. 2012년 제11회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4년 제12회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선정됐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