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겨 잠드는 韓중고생 ‘우울, 자살 충동, 낮은 성적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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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겨 늦게 자는 중고생이 우울감과 낮은 학업 성취도, 자살 충동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벽 3시에 잠드는 중고생이 밤 11시에 취침하는 학생보다 우울감이 1.67배 높았다.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가정의학교실의 고유라 교수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중학생과 고등학생 54만169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고 교수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총 800개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를 재분석했다. 6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이 이런 연구를 소개했다. 한국학교보건학회지 ‘2016년 8월호’에 실린 내용이다.

고 교수는 “전통적으로 늦은 수면은 우울의 증상이나 결과로 간주됐지만 최근 많은 연구에서 수면 문제가 우울에 선행한다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우울감 때문에 늦게 잠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보면 ‘늦은 수면→우울감’ 순서로 진행되는 경향이 뚜렷하단 얘기다. 늦게 잠들어 우울감에 빠져드는 현상은 여학생에게서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공부한다고 너무 늦게 잠드는 것도 오히려 학업 성취에 해가 된다. 고 교수는 “수면 문제가 있는 청소년의 경우 높은 우울감과 높은 자살 충동, 낮은 학업적 성취가 관찰된다”고 적정한 수면 시간을 강조했다.

문제는 학업 스트레스와 과도한 사교육, 인터넷ㆍ비디오 게임 등 이유로 한국의 많은 중고생이 잠이 부족한 상태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 내용을 보면 한국의 중고생은 평균 밤 12시 13분에 잠이 들었다.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15분이다. 실제 전체 조사 대상자 54만1693명 가운데 32.7%가 우울감을 호소했고 17.4%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5.9%는 실제 자살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한국 못지 않게 학업 강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일본 중고생의 평균 취침 시각은 한국보다 1시간가량 빠른 밤 11시 24분이었다. 13세부터 18세까지 일본 중고생 1078명 추적 조사한 결과(2016년 연구 발표)다. 일본에서도 늦게 잠에 든 학생이 다음해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그렇다면 한국 중고생에게 가장 이상적인 취침 시간은 언제일까. 이번 연구에서 여학생은 밤 10시부터 12시 사이, 남학생은 밤 11시로 조사됐다. 너무 일찍 자는 것도 좋지 않다. 저녁 8시에 잠드는 학생 역시 밤 11시 자기 시작하는 학생보다 우울 정도가 1.39배 높았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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