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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 기승전 유승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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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승전 유승옥’이란 말을 들어봤습니까?”

취재기자가 지난 1월 유승옥의 인터뷰를 통보하며 내게 한 질문이다.

당연히 들어 본 말이었다.

당시 '모든 결론은 유승옥으로 통한다'고 할 만큼 그녀가 세간의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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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그녀를 만나는 날,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질 정도 추운 날이었다.

추운 만큼 그녀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었다.

더구나 감기 기운이 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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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그녀에게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 중에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을 몇 장 찍어도 될까요?”

“그러세요”라고 답하며 그녀가 외투를 벗었다.

추운데다 감기 기운까지 있으니 구태여 외투를 벗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했지만 그녀는 “괜찮다”며 그리했다.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추운 건 어쩔 수 없었는지 두 손을 한동안 맞잡은 채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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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기자의 첫 질문은 연극배우로서 데뷔 소감이었다.

그녀는 회당 5만원의 개런티를 받으며 연극에 출연하고 있었다.

“돈 보고 택한 거 아닙니다. 보여 지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자나요.”

“보여 지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말에 그녀의 속내가 담겨있었다.

'보여 지는 것'으로 인해 아픔이 있다는 방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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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어릴 적 꿈이 연기자였다고 했다.

외모 탓인지 중고생 때부터 심심치 않게 길거리 캐스팅이 됐다고 했다.

그런데 받은 명함을 집에 갖고 오면 부모가 찢어 버렸다고 했다.

“그때 많이 울었죠. 부모님이 엄했어요. 낮 1시에 나가면 3시에 들어오라고 하셨고 6시 이후엔 통행금지였을 정도였어요. 그러니 감히 연기자가 꿈이라고 말도 못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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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 생물산업공학부에 진학했고, 교생 실습 나갔는데 지금 소속사 대표님이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부모님 설득만 하면 하겠다고 했죠. 대표님이 부모님을 설득해 연예계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연예계 데뷔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찍었다.

보여 지는 것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하며 선풍기를 틀었다.

감기 탓에 간혹 기침을 하면서도 꿋꿋이 바람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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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콤플렉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사실 허벅지가 콤플렉스였어요. 대학 때 청바지도 못 입을 정도였어요.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대학 3학년 때는 허벅지 지방 흡입 수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오디션만 보면 덩치가 크다며 살을 더 빼고 오라고 하더라구요.”

구태여 안 해도 될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녀는 “했는데 안 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냐”며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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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극복했습니다. 허벅지를 탓하지 말고, 다른 매력을 돋보이게 하자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때부터 식이요법과 운동에 열중했습니다. 하루 6시간씩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했어요. 사실 얇은 허벅지를 왜 안 갖고 싶겠어요. 지금 이 상태가 최선인 걸 압니다.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으면 충격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협찬받는 옷은 못 입습니다. 상의를 맞추면 하의가 안 맞고 하의를 맞추면 상의가 안 맞기 일쑤죠. 다 사야 합니다. 그런데도 이젠 이 콤플렉스가 장점이라 생각해요. 건강함에서 나오는 아름다움도 있잖아요. 계속 건강전도사 역할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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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도 너무 솔직했다.

허벅지 콤플렉스, 지방흡입, 안 맞는 옷 이야기뿐만 아니었다.

섹슈얼한 이미지로 지나치게 인식되는 세간의 시선과 비판이 있음도 고백했다.

아울러 연기 초보라고도 스스로 밝혔다.

“지금은 비록 풋내기지만 훗날 배우 유승옥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지금 ‘보여 지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훗날 스스로 증명하겠다는 의지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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