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 대통령, 퇴임 뒤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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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서울 삼성동 사저(私邸)로 돌아갈 것이라고 청와대가 4일 발표했다. 갑자기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퇴임 후 거취 문제를 발표한 것은 새누리당의 복귀로 정상화된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박지원 ‘퇴임 후 사저’ 의혹 제기
“이재만 지시로 국정원서 준비”
청와대 “또 사실무근 공세” 반박
국민의당, 미르재단 추가 의혹 내놔
“공모 없이 한·이란 사업 주체 뽑혀”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고리 권력 중 한 명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국정원 외근 요원에게 지시해 박 대통령의 사저를 준비해 왔다”며 “국민의당이 (소문을) 좇았다는 것을 알고 국정원 직원을 내근 부서로 좌천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사저를 준비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당연하지만 합법적인 기관에서 준비하는 게 옳지, 정보기관에서 청와대 총무비서관 지시로 준비한다고 하는 게 옳으냐”고 물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국민의당)가 박 대통령에 의한 제2의 사저 사건을 막은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르지만 (국정원으로부터) 이제는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퇴임 후 삼성동 사저로 되돌아가기로 하고 관련 법에 따라 현재 경호실과 국정원 등 유관 기관 간에 보안·경호 등 안전상의 문제점에 대해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국정원에 지시해 사저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박지원 의원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민생을 돌본다고 하면서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국민의당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00억원을 출연해 만들었다가 최근 해산키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을 놓고 공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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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운데)이 4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의 고등고검·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질의한 재단법인 미르 수사에 관해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영일·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 중 이란 교원연기금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체결한 ‘문화상업시설건설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각서는 이란 테헤란에 ‘K타워’를, 서울에는 ‘I타워’를 짓는 내용인데 한류 교류 증진의 주요 주체로 “한국 내 16개 대기업이 설립한 미르재단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최 의원은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서에서 언급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인 K타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양해각서에 특정 민간단체가 특정돼 명시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문화예술진흥법 7조의 전문예술 법인으로 지정되지도 않은 단체가 공모 절차도 없이 국가기관 간 합의로 추진하는 사업의 주체로 선정된 것은 특정 집단 압력 행사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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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루 이틀 만에 (미르처럼) 재단 허가를 내준 선례가 있다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국회) 발언은 거짓 진술이거나 허위 보고를 받은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 이외에 하루 만에 허가를 받은 곳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유치위, 2022년FIFA월드컵유치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등 정부 지원을 받는 국가적 사업 관련 재단 3곳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현일훈·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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