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개헌안 「기본권」 규정을 보고|알고 읽고 들을 권리도 보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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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야의 개헌안이 확정됨으로써 기본권의 내용이 밝혀지게 되었다. 개헌안에 나타난 기본권의 골격을 보면 민정당안은 기본권 제한의 최소화, 모든 구속자에 대한 구속적부심사제, 피의자의 체포·구금시 가족에의 통지 의무,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금지, 광범위한 형사보상제, 형사 피해자에 대한 국가보상제, 최저임금제를 규정하였으며 뿐만 아니라 국가의 질병예방및 의료보장 증진 의무, 국가의 주택개발정책 의무, 국가의 재해로부터의 국민보호 의무, 국가의 신체장애자·노령자등 보호의무, 국가와 국민의 모성보호 의무, 국가의 여성과 청소년에 관한 복지정책 실시 의무등을 신설하여 사회보장·사회복지 조항을 강화하였다.
이처럼 민정당안은 기분권 분야에서는 발전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10개 시·도에서 헌법 간담회를 개최하여 여론수렴 작업을 벌였던 민정당으로서 권력구조 부분에서는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진작 여론반영이 가능한 곳은 기본권 분야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음, 신민당안의 기본권 골격을 보면 형의 선고에 의한 보안 처분,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 불인정, 선거권 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하향조정, 군인·경찰등에 대한 이중배상 금지 규정의 삭제, 의무교육을 초등교육에서 중학교육까지로 연장, 국공영기업체·중요산업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유보 조항의 삭제, 국가의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필요 예산을 매년 계상, 환경권의 강화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신민당안은 저항권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였다는데 하나의 톡징들 찾아볼수 있다. 그것는 「이 헌법이 파괴되고 헌법에 확립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명백하게 침해될 경우 국민 스스로 저항할 권리가 있음을 결의하면서」라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신민당안의 기본권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민정당안의 그것에 비해 미치함을 감출 수 없다. 그렇게도 개헌을 주장하고 인권유린을 규탄하던 신민당이 만든 기본권 조항이 막상 그 정도의 내용 밖에 안되었다는 것을 보면,그동안 오직 권력구조에만 심혈을 경주하였고 정작 민주화의 궁극적 목적이기도 한 기본적 인권보장에는 등한시 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민정당안 역시 사회보장·사회복지 조항들을 강조하였다는 점에서는 특기할만 하나 조국통일까지 다시 개정하지 않아도 될 미래지향적 헌법이 탄생되기롤 기대하는 안으로서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에 불충분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여야 양헌안이 기본권 조항의 확충은 위하여 다음의 몇가지를 들어보기로 한다.
첫째로 기본권 조항의 일반원칙 조항에 현행 헌법 제9조의 규정 외에 국민의 생명의 권리, 인격의 권리, 행동자유의 권리와 함께 국민의 알 권리, 읽을 권리, 들을 권리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기의 알 권리, 읽을 권리, 들을 권리는 국내외의 여러 정보원에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인격 형성을 위한 귄리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이러한 알 권리등이 중시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과 더불어 이러한 기본권은 모든 국가기관과 사회단체및 개인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의 기본권 침해가 국가로부터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사회단체, 또는 개인등 사인 에 의한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인신보호영장 제도와 적법절차 보장 규정이 신설되어야 하겠다. 따라서 신체의 자유 조항에 이를테면 누구든지 체포·구금을 받은 때에는 48시간이내에 판사에게 인도되어야 하며 판사는 피의자에게 체포의 이유를 고지하고 이의를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이와 아울러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임의동행· 보호처분등을 이유로 한 인신의 구금을 금지하는 규정도 필요하다. 이는 영장 없는 사실상의 강제수사가 행해져 온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세째로 선거권 연령은 신민당안에서처럼 18세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것이 세계적 추세다. 심지어 선거권 연령을 17세로 정하고 있는 나라도 있음을 알아야한다.
네째로 교육조항에 교육의 자주성 및 정치적 중립성 보장 외에 대학의 자치를 보장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자치는 인사문제, 교육과정 편성등의 교육행정, 시설관리등에 있어서의 자치를 기본으로 한다.
다섯째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에 있어서 민정당안은 여전히 국·공영 기업체나 방위사업체에서 이를 유보시기고 있고 신민당안은 공무원인 근로자의 노동3권을 아직도 유보시키고 었다. 이에대해 재검토가 있어야 하겠다.
여섯재로 근로자의 권리에 있어서 근로자의 기업경영 참가권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있어서의 이익분배 균점권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중 근로자의 이익분배 균점권은 제헌헌법(제18조)에 벌써 규정되었던 것이다. 노동문제·분배문제의 해결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서도 이제 이들 권리의 헌법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개헌도 민주화도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한 것이라면 앞으로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기본권에 관한 보다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겠다. 오늘날 국가권력 구조는 기본권의 실현을 위한 수단 내지 장치로 이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겠다.
문득 「존·로크」 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은 누구나 생명·자유및 재산에 관한 고유의자연권을 가졌으며 이 자연권의 보장을 위하어 인민간에 체결된 계약이 사회계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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