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체류기간 중간에 신원 확인 절차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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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찾은 중국인들의 범죄가 급증하면서 제주 입국 외국인에게 적용해온 무비자(무사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무비자 입국자의 신분 확인을 강화하고 중국인 쿼터제 도입, 제주 관광의 질적인 개선 등을 개선책으로 꼽고 있다.

‘무비자 입국 보완’ 목소리 커져
“첫 방문 외국인 입국절차 강화
중국인 관광 쿼터제도 검토를”

제주에서 성당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튿날인 지난 18일 다음의 ‘아고라’ 청원 사이트에 ‘제주도 무비자 입국에서 비자 입국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운동이 시작돼 큰 호응을 얻었다. 한 네티즌의 청원은 이틀 만에 목표였던 1만 명을 돌파했다.

무비자 제도는 2002년 4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발효되면서 함께 도입됐다. 테러지원국 등을 제외한 189개국의 외국인은 제주를 방문할 때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혜택을 그동안 누려왔다. 무비자 제도 시행 첫해였던 2002년 495명이 제주도를 찾았고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올해 말이면 연간 무비자 입국자가 8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이후 지난 8월까지 297만9369명이 비자 없이 제주를 찾았다. 이들 중 99%(294만9811명)가 중국인이다. 최근에는 하루 평균 2500~3000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무비자로 제주에 들어온다.

무비자 입국자가 증가하면서 외국인 범죄와 불법체류자 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무비자 입국자가 역대 최대(44만7000여 명)로 늘면서 불법 체류자는 2011년 282명에서 지난해 4353명까지 늘어났다. 지난 7월 제주시 노형 5거리에서 중국인 불법체류자 리(27)가 뺑소니 사고를 냈다. 그는 당시 신호대기 중이던 40대 여성의 승용차를 들이받아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뒤 달아났다. 그는 지난 4월 무비자로 입국해 불법 체류자가 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30일인 무비자 방문 후 체류기간 중간에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주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나 개별 관광객에 대한 입국절차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계희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 무비자 제도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라도 체류기간 중 신원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민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인 관광객 쿼터제와 현지인 책임 동행제 등 제도와 현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출입국 심사 강화를 위해선 출입국 심사인원 확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가 패키지 위주인 중국인들의 제주 관광 상품 품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제적인 안전도시 조성을 위해 검경 및 출입국관리소와 협력해 무비자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외국인 범죄와 불법 체류자, 외국인 혐오가 없는 ‘신(新)삼무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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