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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뜨겁게 살아야한다"|"이열치열"이 생리에 맞다는 옛 사람들의 내서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짖궂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한낮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요즈음은 자칫하면 몸살이나 배탈·설사 등으로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다. 에어컨·냉장고 등 문명의 이기들이 풍부해지고 성급하게 더위를 쫓으려는 현대인의 속성때문에 더욱 빈발해지고있는 이같은 증상들은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수칙만 지키면 방지할수 있다. 바로 「여름은 뜨겁게 살아야한다」는 선인들의 「이열치열」의 지혜를 지키는 것이다.
자연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옛사람들이 여름을 나던 지혜를 경희대의대 송병기교수로부터 듣는다.

<여름을 타는 원인>
인체는 오랫동안 자연현상에 조화하면서 적응해 왔다.
여름철에 모든 환경이 뜨거워지면 인체도 안에 있는 생명력을 밖으로 발산하게돼 겉은 열과 땀으로 뜨겁게 되지만 속(오장)은 반대로 차와진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 날씨가 무덥다고 찬음식과 마실 것을 무분별하게 섭취하고 몸도 차갑게 만들려는데서 이상이 나게된다.
한방에서는 이것을 중서증이라고 부르는데 요즈음 냉방병과 흡사하다.
인체의 겉부분은 당연히 뜨거워야(열)하는데 에어컨의 찬바람을 쐬거나 몸을 내놓고 잠을 자면 피부의 모세혈관과 땀샘이 수축돼 혈액순환과 땀분비가 억제되면서 두통이 오거나 정신이 멍하고 신경통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또 오장이 적당히 차가와야(냉)하는데 찬음식이 속을 더욱 차갑게해 내장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배탈·설사 등의 소화기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이와 반대의 경우를 중갈증이라고해서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할때의 증상을 말한다.
열과 땀이 적당히 발산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운동이나 해수욕장 등에서의 장시간 일광욕 등으로 땀과 열을 과도하게 발산시키면 고열이 나고 팔다리가 쑤시면서 감기 몸살같은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고전적인 내서지혜>
예전에는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었지만 조화를 잃지않는 섭생과 생활습관으로 더위를 이기고 여름을 무사히 넘겨왔다.
예컨대 더울 때일수록 차(다)를 끓여 식혀마시거나 음식도 삼계탕 등 오히려 따뜻한 기운(온성)을 가진 음식물을 섭취해 속을 보하는데 신경을 썼다.
이렇게되면 여름철에 차가와진 속을 온 으로 보해 균형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므로 배탈·설사 등의 부작용을 예방할수 있다.
야채를 많이 섭취했던 것도 지혜의 하나. 야채속의 충분한 수분과 염분·비타민 등이 땀이나 열로 빠져나간 부분을 자연스럽게 메워주기 때문이다. 한편 요즘도 예전의 여름활동이나 피서법에서 배울 점이 많다.
너무 과도하게 피서를 하거나 일광욕을 하기보다는 약간 걸어나가 냇물에 발을 담그거나 부채질·자연의 바람 등으로 더위를 이기는 것이 바로 피서의 요체다.
이같은 방법들은 몸의 기와 자연의 기가 조화를 이룬 가운데 적당히 움직이면서 땀을 내고, 땀발사에 의해 서서히 몸을 식히는 자연내서법이어서 남녀노소를 물론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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