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각자 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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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질문: 밥값이 3만원 넘게 나왔더라도 둘이 공평하게 ‘더치페이’하면 문제가 없나.

답변: 그렇다. 밥값이 3만원 이상 나왔더라도 각자 먹은 것을 낸다면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부쩍 늘어난 말이 ‘더치페이’다. 각자 계산하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을 두고 ‘더치페이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더치페이’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대접 문화인 ‘더치 트리트(Dutch treat)’에서 온 말이다. ‘더치(Dutch)’는 ‘네덜란드의’ 또는 ‘네덜란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네덜란드와 식민지 경쟁을 벌이던 영국 사람들이 부정적 의미로 ‘더치’란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영국인이 ‘트리트’ 대신 ‘페이(pay)’로 바꿔 부르면서 ‘더치페이’가 각자 부담을 뜻하는 말로 널리 퍼졌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은 외래어인 ‘더치페이’를 대신할 우리말로 ‘각자내기’를 선정한 바 있다. 누리꾼이 제안한 ‘나눠내기’ ‘각자내기’ ‘각자부담’ ‘추렴’ 등을 후보로 투표한 결과 ‘각자내기’가 다수의 지지를 얻어 ‘더치페이’를 갈음할 우리말로 결정됐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더치페이’는 ‘각자내기’로 순화해 쓰라고 올려 놓았다.

각자 내는 것과 관련해 ‘붐빠이’라는 말도 사용된다.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신 뒤 “야, 오늘 붐빠이 하자”고 하는 경우다. ‘붐빠이’ 또는 ‘뿜빠이’는 분배(分配)의 일본식 발음(ぶんぱい)에서 유래한 것이다. ‘더치페이’나 ‘붐빠이’보다 우리말인 ‘각자내기’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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