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대 7.0 지진 올 수 있으나 확률은 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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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선암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20일 오전 열린 지진 대비 훈련에 참가했다. 가상 지진이 발생하자 머리 보호를 위해 가방을 머리 위에 올린 뒤 책상 아래로 급히 몸을 숨기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19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지진은 정확하게 1주일 전인 12일 발생한 규모 5.8 강진에 뒤이은 여진(餘震)이며, 이 지역에서는 앞으로 최소 2주일 이상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국내 지진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이들은 또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으며, 경주 이외에도 울산·서해 등지도 지진 발생 우려 지역으로 지목했다. 본지는 지진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점차 일상화되고 있는 지진을 놓고 시민 사이에 번지고 있는 불안감과 의문을 풀기 위해서다.

◆“19일 지진은 여진 맞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12일과 19일 지진 사이의 거리가 2㎞대로 가깝고, 진원의 깊이도 10~14㎞로 굉장히 비슷하며, 지진파형으로 역산했을 때 같은 단층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19일 지진은 여진이 맞다”고 말했다.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도 이와 일치했다.

경주~울산 단층서도 발생 가능성
원산~서울~태안 단층도 배제 못해
“원전 안전” “보강 필요” 의견 갈려

다만 이기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간헐적으로 계속 발생하는 군발(群發)지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6세기 평안도에서 1년 동안 비슷한 지진이 계속 발생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여진이 얼마나 계속될지에 대해선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2주일 혹은 한 달 이내에 여진이 끝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고, 몇 달 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일부는 이보다 더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6.5 이상은 발생 확률 낮아”

상당수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반도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과거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 나오는 지진 기록을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과거에도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게 근거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규모 6.5까지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최대로 7.0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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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 12일과 같은 큰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높게 보지 않았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장차 규모 6.0 이상, 7.0 미만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의 움직임 등에 비춰 더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작다”고 전망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규모 6.0의 지진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그 지진이 언제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도 “6.0까지는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6.5 이상은 발생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경북 영덕에서 낙동강 하구에 이르는 170㎞의 양산단층이다. 전문가들은 이곳 이외에도 경주에서 울산에 이르는 울산단층, 동해와 서해 등지에서도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함경남도 원산에서 서울을 지나 서해 태안에 이르는 추가령 단층대도 강진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이기화 교수는 “서기 89년 서울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일어나 집들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지진경보시스템 빨리 구축을”

단층 지역에 위치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경재복·김영석·이기화 교수 등은 “현재로서는 원전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유인창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규모 6.5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는 하지만 기준을 더 높여야 하고 원전 설비를 보강할 수 있는 방안도 꼼꼼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수 책임연구원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원전 보강을 위해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진 예측이 과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조속히 지진경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재복 교수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중앙정부 차원의 지진대책위원회 같은 컨트롤타워가 즉각 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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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연구원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휴대전화 문자를 확인할 시간이 없다”며 “진동을 느낀 즉시 반사적으로 테이블 아래로 숨든지, 대피할 수 있게끔 몸에 배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구호물자 공급이나 응급치료 등의 계획을 세우거나 행동 매뉴얼을 만드는 건 지역 단위로 아주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신진호·김나한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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