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빛 잃은 「미술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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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 미술제전 중 가장 오래된 볘니스 비엔날레의 42번째 제전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막됐다.
근착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1895년 이후 90여 년간 계속되어 왔으며 「미술 올림픽」이라 불려졌던 이 체전엔 올해 전례 없이 많은 41개국의 작가들이 출품했다.
이 제전은 참가국의 작품을 나라별로 전시, 소개하는 각국 관과 지정된 테마를 반영한 작품을 내놓아 전시한 특별 중앙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우리 나라도 처음으로 초청되어 서양화가 하동철·고영훈씨, 커미셔너 이일씨 등이 참가하고있다.
우리 나라는 올해 처음 참가한데다 초청에서 참가까지 기간이 넉넉지 못해 따로 한국 관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탈리아 관의 일부 벽면을 할애받아 전시중이다.
올해의 테마는 예술과 과학의 관계를 조명하는 「미술과 연금술」. 구리나 납 등 비 금속을 금은 등의 귀금속으로 바꿔보려는 고대로부터의 연금술은 그 변화와 2원성·혼합 등의 속성이 미술의 창의적 과정과 부합되며 창조예술의 풍요한 맥을 제공했다는데서 그러한 테마를 잡은 듯.
각국이 독자적으로 작가를 선정, 작품을 출품하는 이 제전에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우수작도 있으나 오만과 편견이 범벅된 수준 이하의 작품도 많아 베니스 비엔날레가 점차 그 성격과 빛을 잃어가고 있지 않나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테마를 반영한 중앙 관의 작품으로 수준 이상의 것은 『우주의 표출』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예술이 보여준 우주에의 환상을 재현하려는 각고의 노력을 보인 것.
그중 돋보이는 부분은 17세기 로마에서 만들어진 「보로미니」의 『열주』를 그대로 나무로 복제한 것.
최고 국가관에 주어지는 상은 프랑스에 돌아갔는데, 이는 작품 내용보다 「다니엘·뷰랑」 의 명성 때문인 것 같다는 지적이다.
서독의 「시그마·폴케」와 영국의 「프랭크·아우에르바크」가 비엔날레의 1등 상을 공동 수상했는데, 「풀케」의 명성과 영향력이 상을 받게 했는지 몰라도 그가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실망스런 것이라는 비판.
「아우에르바크」 의 작품은 1984년 비엔날레에서 최우수 작가임을 인정받은 역시 영국인인 「하워드·호지킨」의 것처럼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가 내놓은 기억될만한 작품중의 하나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사용파울루 및 파리 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권위주의로 명맥을 잇고 있다는 기분을 주고 있으며 한 시대 미술의 동향과 비전을 제시하기에는 이제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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