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으로 번진 모병제 도입론…원조는 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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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논산훈련소에서 4주간의 신병 교육훈련을 마친 의무경찰들이 부모님께 경례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모병제는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남경필 경기지사의 모병제 도입 찬성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7일 춘천 한림대에서 열린 특강에서다. 유 의원은 “모병제를 시행하면 우리나라는 부잣집 아이들은 군대 가는 아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집 자식만 군에 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남경필 경기지사가 유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남 지사는 7일 페이스북에 “저의 모병제 도입 주장에 대한 유승민 의원님의 비판을 환영합니다.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하다 하셨습니다. 정의에 대해 논쟁합시다. 모병제에 대해 토론합시다”라고 적었다.

유 의원과 남 지사의 설전을 놓고 정치권에서 내년 대선 이슈 선점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남 지사가 모병제를 주장한 건 지난 5일. 그는 국회에서 열린 모병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함께 토론자로 나섰다. 김 의원은 정치권에 모병제를 처음으로 들고 온 모병제 원조 정치인이다. 남 지사는 이 자리에서 “내년 대선에 출마한다면 한국형 모병제를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밝혔다. 모병제 희망모임이 주도한 이날 행사에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본회의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김 전 대표도 모병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모병제 이슈는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김두관 의원은 당시 “문제 많은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대표도 “모병제 실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전제하면서도 “국민적 합의 절차나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모병제 도입은 야당의 대선 경선판에서 시작된 탓에 정치권에선 금방 사그라 들었지만 인터넷과 소설미디어네트워크(SNS)에선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모병제 이슈의 확산력이 확인된 셈이다. 남 지사가 모병제 도입 카드를 꺼낸 건 이같은 ‘검증된 이슈 확산력’ 때문이란 해석이 들린다.

한편 모병제 도입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선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 CBS와 리얼미터가 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 전문성 제고 등을 위해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은 27%였고, 남북 대치 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응답은 61.6%로 조사됐다. 4년 전 조사에서 모병제 도입 찬성은 15.5%였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538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 실시됐다. 전화면접 스마트폰 앱과 유무선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 9.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은 ±4. 2%포인트였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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