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구 있었나?…한국과 일본 소녀상 놓고 파워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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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일본 정부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 발언 여부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파워게임이 전개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7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일간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을 언급하면서 “소녀상 문제를 포함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과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소녀상 철거를 직접 요구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소녀상을 언급하지 않고 '한일협상을 꾸준히 이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구가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청와대는 반박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일본 언론에서 보도된 아베 총리의 소녀상 발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소녀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12.28 합의의 성실한 이행으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며 “12.28 합의 당시 발표한 그대로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위안부 합의문에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ㆍ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적혀있다.

청와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내용만을 전했을 뿐 아베 총리의 소녀상 철거 발언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청와대는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밝혔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12.28 합의에 따라 지난달 31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ㆍ치유재단(치유재단)’에 10억엔(108억원)을 전달했다. 치유재단은 10억엔 가운데 80%를 피해자들에게 현금으로 나머지 20%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은 10억엔의 법적 성격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법적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이란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10억엔 송금을 끝낸 일본 정부는 소녀상 철거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위로금에 불과한 10억엔으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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