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그린라이트 레이저 수술로 전립선 비대증 치료, 성기능 장애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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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 교수(가운데)가 그린라이트 레이저를 이용해 전립선 비대증을 수술하고 있다.

남성이라면 피하기 힘든 질환이 있다. 바로 전립선 비대증이다. 발기부전과 함께 남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하고 소변이 나오는 길이 좁아져 배뇨장애를 일으킨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참기 힘들지만, 정작 소변을 볼 땐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병원리포트 -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팀

성생활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발기부전 환자 10명 중 8명은 전립선 비대증을 동반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명확한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립선과 음경은 신경·혈관의 분포가 동일하기 때문에 한쪽이 잘못되면 다른 쪽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학계에선 추정한다. 방치하면 점차 비대해지면서 방광까지 문제가 번질 수 있다. 전립선암이나 방광암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많은 남성이 중년을 넘어서면서 이 질환을 경험한다. 60대에선 60%, 70대에선 70%, 80대에선 80%가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전립선 비대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다. 대한비뇨기과학재단에 따르면 병원에서 전립선 비대증을 진료받은 환자는 2010년 77만1862명에서 2014년 101만8226명으로 32% 늘었다.

전립선의 크기와 증상에 따라 1차적으로 약물로 병의 진행을 억제한다. 비대증이 심하면 약물 치료 효과가 크지 않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치료 효과 좋은 레이저 수술 각광

다양한 수술법 가운데 최근엔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이 각광받는다. 치료 효과가 좋아서다. 이때 사용하는 레이저는 홀뮴과 그린라이트 두 가지다. 홀뮴 레이저 수술은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 전체를 적출하는 방식이다. 그린라이트 레이저 수술은 지름 7㎜의 가느다란 내시경을 요도로 삽입하고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만 태우는 치료법이다.

지금까지 치료 효과는 홀뮴 레이저가, 안전성은 그린라이트가 각각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두 치료법의 효과는 비슷하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팀이 2009년 5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홀뮴 레이저로 수술한 환자 162명과 그린라이트 레이저로 수술한 환자 176명을 비교한 결과 두 방법 모두 뚜렷한 증상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수술 후 1년이 지나서도 개선 효과는 유지됐는데, 두 방법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다른 연구에선 그린라이트 레이저 수술이 성기능을 더 잘 유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팀이 그린라이트 레이저 수술을 받은 환자 533명을 분석한 결과, 사정 장애를 포함한 성기능 합병증 발생률은 13%였다. 기존 홀뮴 레이저 수술의 성기능 합병증 발생률보다 현저히 개선된 결과다. 김 교수는 “그린라이트 레이저 수술은 기존 수술에 비해 출혈과 통증이 적어 안전하다”며 “지혈제를 복용하는 환자나 수술 위험도가 높은 80대 이상 고령 환자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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