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감염 잇따르는데…내시경 소독 제대로 안한 의원 330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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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동네의원이 위·대장 암 검진을 할 때 사용하는 내시경을 제대로 세척하지 않고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시경 기구가 제대로 소독·멸균 처리되지 않으면 검진자가 살모넬라·결핵·B형간염·C형간염 등에 감염되고 폐렴구균(알균) 등의 환경 균에 오염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암 등 검진기관 조사서 드러나
C형간염이나 폐렴구균 등 집단 감염 우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원급 암 검진기관 3288곳 현지 확인 조사에서 330곳을 ‘소독 미흡’으로 판정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위 내시경 검사 기관 중 내시경 세척과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가 54곳, 스코프 보관을 적절하게 하지 않은 데가 170곳이다. 대장 내시경을 시행한 의원 중 내시경 세척과 소독이 미흡한 데가 34곳, 스코프 보관 위반이 72곳이다. 스코프는 몸 속으로 들어가는 긴 관을 말한다.

이들 의원들은 검사 후 내시경 기기를 깨끗하게 세척 하지 않거나 튜브 등의 부속품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았다. 또 스코프를 세척·소독한 뒤 칸막이가 있는,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두고 끝이 바닥에 닿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다가 적발됐다. 스코프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주변 균에 오염되기 쉽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내시경이 사람 몸에 들어갔다 나오면 소독 약이 든 액으로 소독하고 거즈로 닦고 이런 절차를 지켜야 한다. 세척·소독 과정이 꽤 미흡한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의 ‘의료기관 사용 기구 및 물품 소독 지침’은 내시경을 준(準) 위험기구로 분류해 모든 형태의 미생물을 파괴하는 높은 수준의 소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온 멸균하거나 화학 소독제를 쓴 뒤 남지 않게 멸균증류수로 헹구도록 돼 있다. 다만 건보공단 조사에서 소독을 아예 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8월 말 현재 동네의원을 포함해 4689곳의 의료기관이 7402대의 위암 검진 내시경 장비를, 3617곳이 5644대의 대장암 내시경 장비를 갖고 있다. 2014년 506만 253명이 위 내시경 검진을, 11만 3596명이 대장 내시경 검진을 받았다.

김용태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는 “일반적인 내시경 검사로는 C형 간염이 잘 감염되지 않지만 조직검사를 하거나 용종 제거 같은 치료 내시경을 할 때 피가 묻을 수 있는데, 이 때 소독을 잘 안 하면 다른 사람으로 감염될 수 있다”며 “물로 씻고 단백질 분해액을 써서 솔로 곳곳 씻어내고 소독액에 담가 놓았다가 에탄올로 씻고 멸균하는 등의 절차를 지켜서 소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서영지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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