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에 올인한 중국인들…상하이서 위장 이혼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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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상하이 쉬후이(徐匯)구 혼인등기센터 이혼수속처에서 이혼 수속을 위해 길게 대기 중인 상하이 시민들. [사진 중국신문망]

보통 이혼을 하게 되면 위자금과 양육비 마련을 위해 기존 주택을 판매하게 된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는 정반대로 주택 구입을 위해 위장 이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간 전년 같은 기간보다 상하이 부동산 가격이 27.3% 폭등하자 정부에서 조만간 과열 대책이 나올 것이란 소문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상하이시는 신규주택 및 기존주택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과도한 주택대출 리스크를 우려해 이른바 ‘상하이 9조’ 혹은 ‘3·25 정책’으로 불리는 고강도 부동산 과열 억제책을 내놓은 바 있다. 대출을 통해 집값을 충당할 수 있는 주택담보비율을 30~50%로 떨어뜨린 것이다.

폭등세가 가라 않지 않자 첫 주택 구매시 내야 하는 선불 계약금의 비율 30%가 50%로, 두 번째 주택에 대한 계약금은 70%도 손본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기에 두 번째 주택 계약금 적용 기준이 이혼한 지 1년 미만인 부부로 확대된다는 소문이 더해졌다.

당국은 소문을 부인했지만 반신반의하다 3·25 조치로 매입 기회를 놓친 상하이 시민들은 발 빠르게 가정법원으로 몰려들었다. 더 큰 아파트로 옮겨야 하는 부부의 경우 계약금으로 70%를 내야 하지만, 이혼하면 30%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30일 오후 2시 징안(靜安)구 민정국 3층 이혼등기처. 30㎡ 면적의 사무실에 50여 명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베이징청년보가 31일 보도했다.

부모의 이혼을 돕기 위해 법원에 온 한 여성은 “우리는 돈이 많지 않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아 감당할 수 없는데 서류상 이혼을 하면 더 낮은 계약금만 내도 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한 부동산 업자는 동방위성TV에 “28일 한 단지에서만 열 건을 중개했다. 한 손님은 오전 9시에 법원 대기표를 받아 오후 3시에 이혼하고 돌아와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혼을 신청한 32세 임신부가 법원 직원이 임신 중에는 이혼이 거부될 수 있다고 전하자 통곡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거래량 폭증을 가져왔다. 30일 상하이시 신규주택 일일 거래량은 2000채를 돌파하며 연속 4일째 하루 거래량 1000채를 돌파했다. 지난 3월 부동산 투기 광풍 때도 하루 거래량은 533채 수준에 불과했다.

상하이부동산거래센터에 따르면 상하이 신규주택 거래량은 24일 778채, 25일 918채, 26일 990채, 27일 1056채, 28일 1267채, 29일 1689채에 이어 30일에는 2116채로 늘어났다.

상하이 롄자 시장연구부는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한 주 동안 상하이시에서 매매나 임대가 가능한 상품주택의 거래 면적이 전주보다 93.02%나 증가한 55만5700m²에 달했다. 1㎡당 평균 거래가격도 전주보다 5.6% 오른 4만3571위안(729만원)으로 평당 2400만원을 기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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