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5개월여 남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암초를 만났다. 개·폐막식 연출가인 정구호(51)씨가 30일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개·폐막식의 밑그림과 콘텐트 등 예술적 부분을 정씨가 책임져 온 터라 평창 올림픽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퇴 이유로 정씨는 송승환(59) 개·폐막식 총감독과의 불화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송 총감독과 도저히 함께할 수 없었다”며 내부 갈등이 심각했음을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왜 사의를 표했나.
- “그만두는 게 아니다. 조직위원회와 송 총감독이 계약을 안 해주기 때문이다. 2월부터 평창 일을 해왔는데 6개월간 돈 한 푼 받지 못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구두상으로 합의했는데,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는 건 나가라는 얘기 아닌가.”
- ‘평창에 상주해야 한다’는 계약 내용 때문에 틀어졌다고 알려졌다.
- “난 내년까지 예정된 일이 있다. 그거 다 알면서 연출일 맡아달라고 했다. 이제 와서 딴소리하면 어떡하나. 강원도 평창에 24시간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어야 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난센스다.”
- 기획안이 청와대 보고까지 되지 않았나.
- “그래서 더 배신감이 드는 거다. 실컷 내 아이디어 써 먹고 팽(烹)시키는 거 아닌가. 그간 송 총감독이 낸 구상안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번번이 반대했다. 대신 내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현재 개·폐막식 기본 시나리오의 80%는 내가 낸 것이다.”
- 김종덕 문체부 장관 교체도 영향을 미쳤나.
-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지 않나. 여하튼 송 총감독과는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 그분의 기본 방향은 ‘초등학교 2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개·폐막식’이다. 아무리 쉽게 만든다고 해도 예술적 깊이감은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닌가. ”
이 같은 정씨의 주장에 대해 송 총감독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대신 송 총감독은 “일일이 대응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 조직위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문자를 보내왔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