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풍 시들…찌개맛 K스타일 라면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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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라면 전쟁 ‘제 3라운드’의 키 포인트는 찌개다. 지난해 짜장·짬뽕 대결를 펼쳤던 라면 업계는 최근 육개장·부대찌개로 승부를 걸고 있다. 중화 라면이 대세였다가 한식으로 승부처를 옮긴 것이다.

라면 약체 풀무원 ‘육개장 칼국수’
출시 6개월 만에 2000만개 판매
농심 ‘부대찌개’ 한달 새 50억 매출
오뚜기는 사골국물 맛 제품 내놔

최근 라면시장의 돌풍 주역은 라면에선 비교적 약체였던 풀무원식품이다. 풀무원이 지난 2월 출시한 ‘자연은 맛있다 육개장칼국수’는 출시 이후 6개월만인 지난달 2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국내 성인 인구(4121만명) 두 명 중 한 명은 맛본 셈이다. 지난해 말 업체들이 짬뽕라면을 잇따라 내놓는 사이 풀무원은 육개장으로 차별화를 두면서 얼큰한 맛 대결인 찌개 전쟁의 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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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라면의 핵심은 얼마나 실제에 가까운 맛을 구현해 내느냐다. 박준경 풀무원식품 상품매니저는 “얼큰한 전통 육개장 맛을 내기 위해 전국의 육개장 맛집 20여 곳을 돌면서 연구했다”며 “국물라면 성수기인 가을부터 더 큰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육개장 라면에 맞불을 놓은 건 부대찌개 라면이다. 부대찌개 라면도 식당에서 먹는 부대찌개와 같은 맛을 내겠다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업체들은 얼큰하고 진한 국물에다가 풍성한 건더기를 무기로 삼았다.

이번달 들어 농심은 2011년 국내 판매가 중단된 ‘보글보글 찌개면’을 업그레이드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을 출시했다. 다른 제품보다 2배 이상 늘린 5.6g의 건더기 스프를 넣었다. 원물을 그대로 가공한 소시지와 어묵, 김치, 파, 고추 등을 담았다. 출시된 지 4주 만에 매출이 50억원에 달해 라면 매출 순위 10위권에 드는 성적표를 받았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다가 국물 라면의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성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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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에 이어 오뚜기에서도 사골육수로 국물 맛을 낸 ‘부대찌개 라면’을 내놓으면서 부대찌개 격돌이 본격화됐다. 팔도에서는 이미 부대찌개 프랜차이즈 업체인 놀부BNG와 제휴해 ‘놀부부대찌개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조만간 프리미엄 부대찌개면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프리미엄 라면 전쟁의 시작은 지난해 4월 짜장 라면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심이 ‘짜장라면이 아닌 짜장면을 만들겠다’며 ‘짜왕’을 시장에 내놓았다. 시장에서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자 오뚜기 ‘진짜장’부터 팔도 ‘팔도짜장면’, 삼양 ‘갓짜장’ 등 비슷한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하지만 6개월 후 오뚜기가 짬뽕라면 시장에 기습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업체들의 허를 찔렀다. 출시 2개월 만에 200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 짜장라면 경쟁에선 농심(짜왕)이, 하반기 짬뽕라면 경쟁에선 오뚜기(진짬뽕)가 압승한 셈이다.

프리미엄 라면 돌풍으로 주춤하던 라면 시장이 다시 끓고 있다. 라면 시장은 2011년 1조9600억원, 2012년 1조9800억원, 2013년 2조1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4년 1조9700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프리미엄 짜장과 짬뽕라면이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다시 2조원 대를 넘기게 됐다.

프리미엄 라면의 인기는 1인 가구 증가, 혼밥(혼자 먹는 밥)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윤석 농심 면마케팅팀 브랜드매니저는 “먹방·쿡방 유행에 이어 혼자 밥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라면도 하나의 완성된 요리로 인식하고 실제 맛에 가깝게 구현한 프리미엄 라면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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