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보리, 북 SLBM 규탄성명 채택…중국 이번엔 ‘사드 몽니’안 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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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지난 24일)를 규탄하는 언론성명(press statement)을 26일(현지시간) 채택했다.

“대북 추가 중대 조치에 합의” 강조
왕이, 한·중 외무회담서 변화 기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7월 8일) 이후 안보리가 북한 도발에 대응한 것은 처음이다. 성명은 “이번 발사는 안보리 결의와 북한의 의무사항을 중대하게 위반했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활동이 핵무기 운반수단 개발에 기여하고 긴장을 고조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개탄했다”고 밝혔다. 또 “안보리 이사국들은 추가적 중대 조치를 취할 것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이번 도발뿐 아니라 7월 9일 SLBM 발사, 7월 19일 노동·스커드미사일 발사, 8월 3일 노동미사일 발사도 함께 규탄했다. 이전 세 차례의 도발 당시엔 중국이 미온적 반응을 보이거나 사드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추가하자고 주장해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처음엔 안보리 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지만 이런 분위기는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이후 달라졌다고 한다.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안보리 대응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협력을 요청했다. 특히 중국이 사드를 문제 삼아 안보리 대응에 제동을 걸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왕 부장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안보리 대응 문제에 있어선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 달 전 라오스에서 만났을 때보다 허심탄회하게 말이 통했다”며 “이번엔 중국이 안보리 조치에 동의할 것 같다고 판단했고, 뉴욕 유엔대표부를 통해 미국과 일본 등에 분위기를 전했다”고 했다. 한·미·일의 요구로 24일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 비공개 협의에서 중국 측이 이전과 달리 사드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됐다.

이에 미국은 25일 성명 초안을 만들어 이사국들에 회람하는 한편 중국과는 별도의 협의에 착수했다. 정부 당국자는 “협의 과정에서 이전에 무산된 세 번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규탄도 함께 담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대부분 반영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핵 공조에 있어 중국의 ‘사드 몽니’가 끝났다고 예단하긴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으로선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주변국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번 안보리 성명 채택 협력을 근본적 태도 변화라고 해석하는 건 성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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